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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살림살이 이래서야]①주먹구구 할당관세

  • 2013.07.03(수) 15:17

기재부, 26개 품목 장기 적용…단기 조정 취지 퇴색
조세특례 효과성 평가로 품목 조정 필요

경제부처의 방만한 예산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마땅히 걷어야 할 세금이나 과징금을 느슨하게 관리하고, 세제 지원 내역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불황 탓에 올해와 내년 이후 세금 징수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지만, 쓸데없는 곳에 예산이 투입되고 정작 필요한 곳에선 세금을 걷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2회계연도 결산 분석'을 토대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의 부실한 정책과 예산 집행 사례를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경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할당관세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할당관세란 정부가 물가안정이나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40%포인트까지 일시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인데, 대부분 세율 인하용 카드로 활용된다.

 

지난해 110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가 적용됐으며, 세수 지원 규모는 1조1700억원으로 추정된다.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 제조용 원유에 3340억원의 세금을 깎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LPG에 각각 1800여억원씩 지원했다. 돼지고기에도 730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2007년 상반기까지만해도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30개에 불과했다. 원유나 옥수수, 밀, 설탕과 같은 생활필수 품목들이 한시적인 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할당관세 혜택을 받았다.

 

이듬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두 차례 긴급 할당관세가 시행되면서 관세율 인하 품목은 120개로 크게 늘었다. 당시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겪던 서민과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아예 받지 않았다.

 


할당관세 제도는 매년 두 차례씩 시행을 거듭하면서 본연의 일시적인 관세율 인하가 아니라 상시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적용된 품목은 26개에 달했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한번만 시행하고 폐지된 품목은 지난해 5개에 불과했다.

 

정부가 할당관세 적용 품목들에 대해 세금 받기를 거부하면서 수입액 대비 관세 실적도 떨어졌다. 연간 수입 규모는 2009년 3439억달러에서 지난해 5196억달러로 1.5배 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관세수입은 9조2000억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세 실효세율(관세실적/수입액)도 4년전 2.22%에서 지난해 1.66%로 내려갔다.

 

할당관세 혜택이 정유사나 식품업체 등 대기업에 집중되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는 2008년부터 할당관세 혜택을 가져간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60%를 차지한다는 통계 결과가 공개됐다. 정부가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대기업들에게 3조3000억원의 세수를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화장품과 향수에 할당관세를 적용했지만 실제 가격이 인하된 품목이 없고, 일부 제품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감사 결과 화장품 수입업체가 65억원의 관세 감면 혜택 중 상당부분을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할당관세를 적용받기 위한 탈세까지 등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삼겹살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허위 보고해 수십억원의 관세를 포탈한 CJ제일제당과 푸르밀을 약식 기소했다. 돼지고기의 원래 관세율이 25%지만, 할당관세를 통해 세율 0%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할당관세를 통한 세수부족 현상과 더불어 각종 폐해가 드러나는 만큼 적용 품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세수 지원 추정액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할당관세를 조세특례 평가 대상에 포함하고, 지원기한과 적정 할당세율 수준을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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