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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살림살이 이래서야]②구멍난 역외탈세 추징

  • 2013.07.04(목) 10:44

구리왕 등 거액 소송 국세청 패소…실제 징세는 42% 불과
체납 증가에도 국세청 관리는 부실…대책 마련 시급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세수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미래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과세당국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는 국세청과 관세청이 1순위로 꼽는 주적(主敵)이다.
 
최근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기업인들의 명단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뜨겁다. 과세당국도 역외탈세 의심을 받고 있는 유명 기업인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문제는 역외탈세 추징에 구멍이 숭숭 뜷려있다는 데 있다. 국세청이 과세를 통보한 세금 중 절반 이상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금을 내야 할 당사자들이 소송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국세청의 소송 관리는 치밀하지 못하다. 급증하고 있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관리 부실도 바로잡아야 할 대목이다.  
 
◇ 역외탈세 추징..의욕만 앞섰다?
 
역외탈세를 둘러싼 과세당국과 기업인들의 숨바꼭질은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세청은 2010년과 2011년 사이 완구왕(박종완 에드벤트엔터프라이즈 대표)과 선박왕(권혁 시도상선 회장), 구리왕(차용규 전 삼성물산 이사)에게 역외탈세 혐의를 붙여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왕들에게 떨어진 세금 폭탄은 연일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국세청의 과세 능력을 치켜세웠지만, 법정 소송으로 뚜껑을 열어보니 불발탄이었다. 역외탈세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국내 거주자임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인데, 로펌을 동원한 왕들이 관련법 조항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비거주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1600억원을 추징당한 차용규씨는 지난해 1월 과세전 적부심에서 국내 비거주자로 판명났고, 세금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박종완 대표도 지난해 1심 재판에서 '미국 영주권자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낼 의무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세청은 박 대표에게 21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4101억원을 추징받은 권혁 회장 역시 세금 납부를 거부하고,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권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일본과 홍콩 등지에 있고, 국내에는 재산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세청이 승소하더라도 밀린 세금을 받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고액의 역외탈세 사건이 난항을 겪으면서 세수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역외탈세 추징규모는 2010년 5019억원에서 2011년 963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8258억원으로 감소했다. 역외탈세 추징액 대비 징세실적은 42%에 불과하다. 국세청이 과세를 통보해도 절반 넘는 세금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소송에 대한 관리도 허술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세청이 역외탈세 추징 후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 일반 조세소송과 별도로 관리하라는 국회의 시정요구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역외탈세 소송 관련 통계를 국회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리못한 체납액 지난해 6조원..'국세청 관리부실' 지적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가계와 기업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체납액도 점점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세 체납액(전년이월 포함)은 25조2000억원으로 2008년보다 6조원 가량 늘었다. 2011년에 비해서는 2조원 정도 늘어난 8%의 증가율을 기록, 전년 증가율(5%)을 뛰어 넘었다.
 
체납액 중 현금정리나 결손처분도 못하고 다음 해로 이월된 미정리체납액은 지난해 6조원에 육박했다. 역시 4년 사이 2조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국세청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고액·상습체납자 수는 2008년 800명에서 지난해 7213명으로 크게 늘었고, 이들의 체납액도 3조5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급증했다.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체납자가 즉각 세금을 내진 않았다. 2008년 이후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는 1만2779명, 이들의 체납액은 26조원에 달하지만 실제로 납부한 금액은 2474억원으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체납자에 대한 관리 부실 문제는 매년 국세청의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단골 메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고액 체납자들이 매년 폭증하고, 심지어 해외로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음에도 국세청이 방치한다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세청은 지난해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출범시키는 등 체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액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규제를 강화하고, 명단공개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수집 자료를 국세청이 공유하는 것도 체납 규모를 줄이기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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