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장에서]"진짜 세종 가야 돼?"…금융위 MZ들의 고민

  • 2025.06.24(화) 08:48

금융위 해체…실현 가능성 높아진 감독체계 개편
조직보다 근무지?…세종 이전설에 술렁이는 내부

"금융위원회의 존립과 역할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시점에 자기 안위에만 몰두하는 일부 후배들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전직 금융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 정책과 감독의 중추인 금융위가 해체 수순에 놓인 지금, 최근 공직 사회의 분위기와 세태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새 정부가 출범 이전부터 띄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실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핵심 방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기능 분산·재배치다. 현재 금융위가 담당하는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기재부를 개편한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감독정책은 금감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는 출범 17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조직 개편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소속 직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는 개편안에 따라 일부 인력들이 기재부가 위치한 세종시로 이동해야 할 공산이 크다. 조직 개편안이 구체화되면서 내부에서는 금융위 존폐 여부보다 근무지 변화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 30~40대 사무관, 과장 등 젊은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근무지가 바뀌면 가족 생활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를 거론하며 "애들 학교 옮기기 힘들다"는 식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직원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종시로 가는 순간 '엑소더스'가 벌어질 것", "차라리 금감원을 택했어야 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그간 금융위 기반을 다지고 체계를 쌓아온 선배들로선 허탈함과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직 명운이 걸린 중대한 상황에서도 각자살이에 몰두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달라진 공직사회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쪽에선 이를 단순히 공직 가치관 퇴색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사교육비와 부동산 값이 가파르게 치솟는 현실에서 오랫동안 조직에 헌신해 주어지는 명예보단 당장의 보상과 워라밸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정부 부처에서도 업무 강도가 강한 부처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수(올해 5월 말 기준 349명)에도 다루는 소관법률은 총 40개가 넘다 보니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필수가 된지도 오래다. 

금융위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총 23명이 스스로 퇴사했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다 퇴사자다. 주니어 퇴직자 수는 총 6명으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 중 3명은 로스쿨에 최종 합격해 한꺼번에 떠난 20대 직원들이다. 더 나은 기업이나 조직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빗대 쓰는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이 '갑 오브 갑'인 금융위 직원들에게도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게 된 셈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