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정책과 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원회의 기능 조정을 언급하고 공식 정책공약집에 금감원 조직개편 방안을 담으면서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됐던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이번에는 실제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이후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감원을 중심으로 부처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와 금융정책 기능 정리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기재부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 부문의 경우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맡고 있다. 금융위에 감독 업무와 정책 업무가 뒤섞여 있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존 기재부를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예산처를 국무총리 산하 또는 대통령실 직속 기관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이와 연계해 금융위가 현재 맡고 있는 국내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감독 업무는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관련기사 : [금융감독 또 수술대]③기재부·금감원 정조준…민주당의 역습?(4월29일)
민주당이 발간한 정책공약집을 보면 이 대통령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감독 범위를 확대하고 검사 기능을 부여해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에 대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권에선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면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의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조직 분리를 직접적으로 시사한 바는 없어 금감원을 물리적으로 쪼개기보다는 기존 부서의 위상과 권한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어떤 식으로든 금소처 기능이 한 단계 격상되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관건은 실제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다.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구조로 당시 재정경제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의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로 통합하면서 마련됐다. 금감위에서 분리된 금감원은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담당하며 금융위 산하 기관으로 재편됐다.
이후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꾸준히 제기됐고 대선 국면마다 정책 의제로 떠올랐지만 실현된 적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약에 포함했지만 적폐청산·검찰개혁 등 주요 국정 과제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면서 실제 추진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조직의 권한과 직제는 물론 법령 개정까지 손봐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금융위-금감원 간 미묘한 이해관계는 물론 국회 통과 가능성이나 금융권 반발 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구조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 강화라는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금융감독기구 전반에 대한 조직 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 단계"라고 했다.
이와 같은 조직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당국 수장 인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16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5일 임기가 만료된다. 새 정부 출범으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대 정부 사례를 보면 정권 교체 이후 금융위원장이 유임된 사례는 드물다.▷관련기사 : 이복현·김소영 금융당국 수장 잇단 퇴임…리더십 공백 불가피(5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