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의 마지막 대못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법 개정 주체인 국회에선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논의를 시작해도 여야 대립이 예상돼 통과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금리 인상, 주택경기 침체로 시장에서도 정비사업에 관한 관심을 뚝 끊었다. 서울시가 다급히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논의조차 안 된 재초환법
국토교통부는 작년 9월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면제금액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개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현행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을 개정하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재건축 부담금 확 준다…1주택자 10년 보유때 50% 감면(2022년 9월29일)
국토부는 당시 "법률 개정사항인 만큼 입법과정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며 개정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11월1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개정안은 아직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상태다. 류성걸 국민의힘 경제안정특별위원장이 지난달 말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을 이른 시일 내 개정해 불확실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게 다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도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의 반대에 막힐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법 개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초과 이익은 지역별, 단지별 차이가 커 국민 정서가 융합되기 쉽지 않다"며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밀고 나갈 기반조차 충분하지 않으니 단기간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도 시공자 '조기 선정' 가능케
국회가 멈춘 사이 서울시는 정비사업에 대해 추가로 규제 해제에 나섰다. 시내 모든 정비사업구역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기존 '사업 시행 인가 후' 에서 '조합설립 인가 후'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조례를 개정하고, 오는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10년 10월 강화된 규제가 12년9개월 만에 원상 복귀된다.
조합설립 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도시정비법과 달리, 서울시는 '공공지원제도'를 통해 시행자 선정 시기를 늦추고 있다.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 시행 인가 후로 규제하는 대신 지자체가 사업비를 대여해주는 제도다.
공사비 부풀리기 등 비리를 막기 위해 시작한 제도지만, 융자 규모에 한계가 있어 조합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설계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해 건축 심의 등이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공사비가 증가하는 등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사를 조기에 선정하면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고 사업속도가 개선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며 "7월 중 적용하고자 시의회 상임위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더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
현재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장 대부분이 수혜를 입는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8일 기준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장 568곳 중 절반(284곳)이 조합설립인가 단계다. 강남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조합도, 건설사도 정비사업 추진에 소극적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운데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공사 원가가 대폭 증가했다.
최근 미분양 주택마저 위험 수위로 급증하며 대형 건설사조차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포기했다. 금리 인상, 시장 침체로 사업을 지속하는 게 더 손해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관련 기사: 위험수위 넘은 미분양…'악성'도 조만간 급증 우려(1월31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면 건설사 입장에선 내역 입찰에 대한 부담이 적어져 신규 수주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시장 침체가 심각해 진행 중인 사업도 미루는 상황인데 아무리 서울이라도 추가 수주에 대한 열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시공사 조기 선정을 허용한다는 건 정비사업이 밑바닥까지 왔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