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AX인사이트]
아키스케치 이주성 창업대표 인터뷰
"누구나 쉽고 빠르게"…AI 3D 인테리어 플랫폼
가구업체와 해외진출도…'건강한 생태계' 목표
건축의 마지막, 내부 공간을 꾸미는 것을 흔히 인테리어라 한다. 리모델링(대수선)이나 재건축과 비교해 적은 비용을 들여 효율적으로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어 '공간을 바꾸는 마법'으로 여겨진다. 이사를 하지 않고도 새집에 이사한 것 같은 기분을 내거나, 환경 변화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도 있다.
인테리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쑥 커졌다. '재택' 시간이 늘며 공간에 대한 관심과 인식 변화가 있어서다.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결합으로 '오늘의집', '아파트멘터리'와 같은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기술), 콘테크(Con-Tech, 건설+기술) 기업과 플랫폼이 부상할 수 있는 동력도 이 시기 마련됐다.
하지만 막상 인테리어를 하려고 하면 고민이 크다. 업체마다 견적만 1000만원대에서 수억원대로 천차만별이라서다. 자재를 바꿨을 때 실제 어떤 느낌인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정가는 맞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실제 착공한 뒤 변경되는 내용으로 예산을 뛰어넘는 비용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정보의 비대칭과 가격의 불투명성은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신뢰를 잃게 했다. 이러한 인테리어 시장을 '새롭고 믿을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고군분투하는 기업이 있다. AI, 3차원(3D)모델링·렌더링(실사화)과 고해상도 AR·VR(증강·가상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1위 3D 인테리어 플랫폼 '아키스케치'와 홈퍼니싱 '시숲'을 제공하는 아키스케치다.
"쉽고 빠르며, 믿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
AI 기술 통해 소비자 '신뢰회복' 나선다
인테리어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불투명성'이다. 자재나 가구의 정가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다 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업자는 실제 1만원인 자재를 10만원에 파는 경우도 있단다. 이주성 대표는 이러한 인테리어 시장의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키스케치'를 창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인테리어 관련 플랫폼들은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자를 단순히 연결해 주는 데서 그쳤다"면서 "기존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견적을 내다보니 실제 시공 단계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해 소비자의 불신이 커졌고, 플랫폼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재의 가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업자들도 본인이 거래하던 업체가 아닌 고객 요구로 새로운 자재를 거래할 경우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도 했다. "소비자, 인테리어 업자, 시공업자 간에도 불신이 팽배한 불투명한 시장이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주성 대표는 '인테리어를 누구에게나 쉽고, 빠르며,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착안했다. 그리고 이를 아키스케치의 미션으로 세웠다. 이 대표는 "아키스케치는 불투명한 인테리어 시장을 AI 기술 등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시장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원하는대로 #누구나 #인테리어 #뚝딱
이 대표가 인테리어 시장에서 느낀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소통'이다. 이 대표는 "건설사 재직시절 프로젝트 관리를 맡았을 때 인테리어 단계에서 고객사에 2D 이미지와 견적서를 보냈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인테리어 디자인을 수정해야 할 경우 1주일에서 1개월까지 걸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려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아키스케치'다. 아키스케치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만든 3D 공간 솔루션이다.
아키스케치는 전국 아파트 약 97%(네이버 기준)가 연동돼 있어 지도에서 우리 집을 찾은 뒤 기본 도면을 선택하고 바닥재, 벽지, 가구 등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도면이 없으면 도면을 직접 그리거나 방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기존 가구를 배치하는 것뿐 아니라 공간에 맞게 너비, 깊이, 높이 등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가구업체에서 변경에 따른 견적서도 바로 뽑아볼 수 있다. 자재와 가구 등은 모두 정가로 제공된다. 만든 도면은 3D 렌더링 기술을 통해 실사처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인테리어에 문외한이어도 상관없다"는 게 이 대표 말이다. AI 인테리어를 통해 콘셉트만 적용하면 다양한 인테리어가 적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추가로 가구나 배치, 색상 등을 원하는 대로 바꾸면 된다. 말 그대로 누구나 손쉽게 가상 셀프인테리어 솔루션을 통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아키스케치는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아키스케치를 무료로 배포해 현재 개인도 누구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일반인들이 아키스케치로 셀프 인테리어를 시현한 모습은 블로그 등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객들이 스스로 자사 앱을 광고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가구 디자이너, 1인 가구점 등 소규모 인테리어 업자들도 아키스케치를 이용하고 있다. 알만한 국내 가구점들을 비롯해 인테리어 관련 플랫폼 대부분이 이 회사의 고객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오늘의집' 앱이 있다. 오늘의집 3D 셀프 인테리어 서비스는 아키스케치가 구현한 것이다. 이외에 LG 오브제 컬렉션 제품의 3D 화보, 가구 편집숍 원더라움의 온·오프라인 인테리어 상담 솔루션 제작도 그렇다. 일룸, 데스커, 시디즈 등 브랜드를 보유한 퍼시스 그룹의 가구 생산 AR 솔루션 등에도 적용 중이다.
AI 고도화로 수익화 모델 구현…내년 IPO 목표
이 대표는 "무료이용자를 포함해 연간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한다"면서 "기업고객 계정수는 2000여곳으로 베트남 시장 등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4000~5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규모성장과 수익화를 위한 구독형 모델도 준비 중이다. 안정적이고 넓게 시장에 안착한 만큼 수익화 모델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일본, 동남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100인 이상 고객을 보유한 엔터프라이즈급 기업들을 대상으로 AI를 고도화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구독형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며 "개인에게는 가능한 한 무료로 배포하겠지만 연말에는 수익모델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구독형 모델에는 더욱 고도화한 생성형 AI가 적용된다. 기존 AI 인테리어는 AI가 학습한 내용대로만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이를 부분적으로 수정하거나 원하는 가구를 끼워 넣는 등은 어려웠던 셈이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AI 인테리어에 원하는 가구나 배치 등을 접목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객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소통 문제도 생성형 AI를 통해 고도화할 방침이다. 완성된 디자인을 AI가 검토해 고객이 요구했던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을 찾고 다시 수정안을 얻을 수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고객의 니즈를 놓치지 않고 반영할 수 있어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이다.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티 조성 '청사진'
이 대표는 아키스케치를 통해 프롭테크와 인테리어, 가구시장 플레이어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고객들이 서로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이 일환으로 최근 CSM(고객서비스관리) 조직을 만들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아키스케치를 활용해 수익화할 수 있는 모델을 문의하는 고객 전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보격차와 불투명한 가격으로 신뢰를 잃은 인테리어 시장을 건강한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기술뿐 아니라 고객과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보다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목재산업개발공사 자회사인 사라왁 디자인 센터와 소프트웨어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일본, 베트남법인 진출에 이은 3번째 해외진출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소프트웨어 공급뿐 아니라 현지에서 3D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성과 교육, IT 지원 등 커뮤니티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이 대표는 "퍼시스 그룹과 아키스케치가 함께 오는 10월 10개국에 진출할 계획으로, 이는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가구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커뮤니티를 확장해 각 나라에 맞는 디자인을 만드는 등 인테리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