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AX 인사이트]
포스코·포스코DX, AI 활용현장 르포
슬라브 사행 막고 건널목 위험 감지
스마트 넘어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4연주공장. 안전모와 고글, 운동화로 무장하고 공장에 들어섰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쇳물을 굳혀 만든 새빨간 슬라브들이 줄지어 이동 중이다. 한편에서는 스마트 CCTV 카메라 2대가 이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슬라브는 아직 반제품이다. 열연이나 냉연 같은 압연 공정을 거쳐서 철강제품으로 완성한다.
1000도 끓는 슬라브 사고 막는 AI
개당 무게 30~35t(톤), 평균 섭씨 1000도에 달하는 슬라브의 열기를 뒤로하고 빽빽한 계단을 올라 연주공장 운전실에 도착했다. 수십개의 모니터가 CCTV를 통해 슬라브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포스코DX의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CCTV다. 슬라브는 이동할 때 반드시 컨베이어 벨트와 나란히 가야 한다. 정상 각도를 벗어나면 설비에 부딪혀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어서다. 특히 복구 과정에서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 CCTV는 슬라브의 형상과 각도를 AI로 실시간 감시해 슬라브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비스듬히 놓이는 사행(蛇行)을 막는다. 이상이 감지되는 즉시 운전자에 알림을 보내고 AI가 라인을 자체 중단한다. 시스템을 도입한 지난 2년 반 동안 80여건의 사행사고를 예방했다.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덕분에 현장 직원들은 하루종일 모니터 화면을 살피던 단순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박중해 포스코 생산기술부 생산시스템섹션 과장은 "사행이 발생하면 슬라브에 부딪힌 주변 설비들이 철사 휘듯이 휘어져 버리며 파손된다"며 "이후 조치 과정에서도 설비효율을 저해하는 로스(Loss)와 안전사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길 건널목 안전 지키는 AI
펄펄 끓는 쇳물을 나르는 운송 기관차에도 AI가 더해졌다. 포항제철소에는 용광로에서 제강공장까지 쇳물을 운반하는 기관차 30여대가 24시간 다니는데 건널목만 55곳이다. 기관차는 시속 10km 수준으로 저속 운행한다. 그러나 연결 레이들(Ladle)과 그 안의 쇳물까지 1000톤이 넘는 무게 탓에 제동거리가 100m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사람이나 차량이 시야에 나타나도 기관차를 곧바로 세우기 힘들어 안전사고 위험이 컸다.
포항제철소와 포스코DX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철도건널목 비전(Vision)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CCTV 화면에 연동한 AI에 사람과 차량 모양을 학습시킨 후, 차단기를 넘어 횡단하는 보행자나 신호를 무시한 작업 차량을 감지해 무전 알람을 고지하는 기술이다. 해안지역 특성상 안개가 자주 발생해 CCTV 화면 속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포스텍과 함께 개발한 'CCTV 안개∙먼지 제거 기술'을 기반으로 악천 후 상황에서도 선명한 CCTV 영상을 확보해 AI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게 했다.
박지윤 포스코 생산기술부 구내운송섹션 사원은 "쇳물을 나르는 기차가 엄청나게 무겁고 긴 데다 제동거리도 100m나 되기 때문에 사정거리 안에 사람이나 차량이 들어오면 미리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며 "AI 기술을 적용해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기관차도 AI와 연동한 자율주행차로 전환해 제동까지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제어해 검수하는 AI
포항제철소의 제품 검수 작업 또한 AI가 담당한다. 포항제철소는 포스코DX와 스마트 CCTV 제품라벨 탐지와 문자인식 AI 기술을 융합해 지난달부터 원형 강철인 선재(線材) 제품의 검수를 자동화했다. 고객사로 출하하는 선재의 생산 정보와 차량에 상차한 현품 정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기존에는 검수자가 제조실행시스템(MES) 송장정보와 제품라벨을 육안으로 대조했다. 제품라벨이 검수 위치 반대편에 부착되기라도 하면 검수자가 직접 적재 차량 위에 올라가 확인을 해야 했기에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이 도사렸다. 하지만 지금은 AI 모델이 12대 CCTV 카메라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해 제품의 라벨 위치를 자동 추적하고 문자를 인식해 검수한다. 고정된 화면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직접 CCTV를 제어해 라벨 위치를 스스로 찾는다.
안성훈 포스코DX IT사업실 스마트팩토리그룹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이번에 개발한 객체 인식 AI 알고리즘은 선재뿐만 아니라 후판, 코일 등 다른 제품의 출하 검수장 내 기존 CCTV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든 현장에 AI…"인텔리전트 팩토리 구현"
포스코DX는 정보기술(IT)·운영기술(OT) 융합 기업으로서 이처럼 현장에 특화한 산업용 AI 기술 개발과 활용에 한창이다. 이들 통해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AX)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인지, 판단, 제어 등 3개 분야의 AI 엔진을 제철소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 공장, 물류 현장에 구현해 자율·무인·최적화를 이뤄냈고, 현장의 생산성과 효율성, 안전성을 모두 높였다.
동시에 스마트팩토리를 넘어서 산업용 AI와 로봇, 디지털트윈 기술 등을 융합한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팩토리가 제조 과정에 방점이 찍혔다면,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수주·제조·판매 등 전 과정을 아우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AI 시장이 2023년 1502억달러(약 200조원)에서 2030년 1조3452억달러(약 1800조원)까지 9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비전 AI 분야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봤다. 자율주행과 보안, 안전 등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적시성 때문이다.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은 "산업용 AI는 사람을 도와 숙련도 편차로 발생했던 제품의 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작업 환경과 조업 노하우가 녹아든 DX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과 위험한 현장 작업을 AI로 대체해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