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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동주, '실탄' 모으는 까닭

  • 2020.06.11(목) 16:13

3년 전부터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 정리…약 1조원 현금확보
日 종업원지주회 설득 총력…롯데지주 지분매입 여부도 관심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실탄 장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신 전 부회장의 저의가 무엇 인가겠죠. 신 전 부회장은 여전히 롯데 경영권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신 전 부회장은 연전연패했습니다. 그런대도 그는 집요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신동빈 때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야심을 드러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롯데그룹은 크게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로 나뉘어 있습니다. 두 롯데의 지분구조는 얽히고 설켜 있었습니다. 반도체 회로보다도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현재는 달라졌습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면서 이런 구조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닙니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호텔롯데를 매개로 이어져 있습니다.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임원지주회 6%, 미도리상사 등 관계사가 13.9%를 각각 보유 중입니다.

문제는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최대 주주라는 점입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개편했음에도 여전히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의 지분을 상당 부분 희석시키겠다는 생각입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완성은 호텔롯데 상장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를 이용해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 복귀해야 합니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들은 대부분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습니다. 이로써 신 전 회장과 신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아직 신 회장이 완승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어서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 설득에 성공할 경우 반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종업원 지주회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광윤사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종업원 지주회는 신 회장을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그의 설득이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성공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보유하고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롯데지주 출범과정에서 지분을 정리해 확보한 자금만 해도 8500억원 가량 됩니다. 작년에는 바이더웨이와 롯데피에스넷 합병 시 156억원을, 최근에는 롯데물산의 유상감자에 참여해 579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이로써 신 전 부회장은 총 9300억 원의 실탄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신 전 부회장이 과연 이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입니다. 재계 등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줄곧 롯데의 경영권 확보에 공을 들여온 만큼 롯데의 지분 확보에 투입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마도 롯데지주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일 겁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 확립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확보한 실탄을 활용해 롯데지주의 지분을 대거 가져간다면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까지 설득한다면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금상첨화일 겁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선 롯데지주의 주가가 걸립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지주 지분 매입에 나서면 롯데지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 4월 28일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주주제안을 했을 당시 롯데지주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시장에서 신 전 부회장의 롯데 경영권 탈환 여부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롯데지주 지분 매입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남은 카드는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 설득입니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과거 종업원 지주회에 거액을 제시하면서 회유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전히 종업원 지주회의 신 회장에 대한 신임은 확고합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 때리기에 나설 때마다 종업원 지주회는 신 회장 편에 섰습니다. 신 회장도 평소 종업원 지주회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이용해 종업원 지주회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도 있습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종업원 지주회 설득이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만일 신 전 부회장이 성공한다면 롯데그룹의 역학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미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장악한 상태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의 '원 톱'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신 전 부회장도 물 밑으로 사전 작업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신 전 부회장이 약 3년에 걸쳐 모은 실탄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그만이 아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 전 부회장이 보여준 행보를 통해 유추해보면 결국에는 또 롯데 경영권 확보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1조 원에 가까운 실탄으로 재공격을 준비하는 신 전 부회장과 이를 확고한 오너십으로 방어하려는 신 회장 간의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요. 신 전 부회장의 다음 행보를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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