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에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 환경을 생각한 윤리 소비를 실천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이에 따라 뷰티업체들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비건=식물성 원료'가 아니다
과거 비건 화장품은 유기농 화장품, 친환경 화장품 등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비건 화장품은 단순히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가 아닌 자연에서 나온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하는 화장품'을 말한다. 특히 2016년 동물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화장품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 화장품법 개정 이후 비건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하지 않으며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제품을 만들고 가공하는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동물성 원재료가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또 비건이 아닌 제품도 생산하는 화장품 업체의 경우 비건 제품과 비건이 아닌 제품의 생산 시간을 분리하는 등 교차오염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만큼 조건이 까다롭다.
뷰티업계에 비건 열풍이 부는 것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윤리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MZ세대는 소비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념을 표출한다. 실제로 지난해 CJ올리브영이 여성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4%가 "같은 가격이라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 사태나 기후변화 등을 경험하면서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비건 화장품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늘어나는 '비건 인증' 화장품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6.3%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오는 2025년에는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8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뷰티업계도 스킨케어 제품부터 색조화장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비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9년 프리미엄 비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론칭한 LF는 비건 헤어라인 '앤루트 클리닉(ENROOT CLINIC)'을 출시했다. 프랑스 비건 인증 기관인 이브 비건(EVE VEGAN)의 인증을 받았다. 아떼는 앤루트 클리닉 라인의 포장재를 비닐이 아닌 에코 파우치를 사용하는 등 비건 뷰티를 지향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비건 인증을 받은 색조 화장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색조화장품은 동물성 원료를 대체할 비건 원료를 찾기 힘들어 비건인증을 받는 사례가 적었다. 토니모리는 지난 4월 이브 비건 인증을 받은 젤 아이라이너를 출시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토니모리에서 선보인 비건 화장품 제품들은 기존 제품대비 높은 수준이거나 뒤쳐지지 않는 준수한 매출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비건 파운데이션, 틴트 등 다양한 비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건 화장품이 일반 화장품과 차별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화장품법 이후 대부분의 화장품 제조 업체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있어 특별히 비건 화장품과 아닌 화장품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뷰티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비건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해 늘어날 전망이다. 윤리 소비 인식의 확산으로 비건 인구가 늘고 있어서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08년 약 15만명에서 2018년 약 150만명으로 10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건강과 안전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 및 관심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비건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며 "특히 뷰티 업계에서 비건은 단순히 건강만을 생각하는 것이라기 보다 친환경과 공존의 가치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