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더마코스메틱(Dermocosmetic)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과 피부 과학을 의미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를 합성한 말로 의약품 성분이나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국 화장품'으로도 통용된다.
앞서 동국제약, 동아제약, 동화약품, 대웅제약 등이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유한양행도 신규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지엔티파마와 업무협약을 맺고 특허물질인 FM04(피부 보호 및 재생 포뮬라)를 활용한 고기능성 더마 화장품 개발 및 판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엔티파마의 항노화 피부 보호 신물질인 'TFM'을 함유한 다양한 기능성 더마코스메틱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유한양행의 유통망과 영업력을 통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다수 전통 제약기업들이 자체 개발 성분 및 기술로 더마 화장품을 개발, 출시해왔다. 가장 성공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동국제약이 2015년 출시한 '센텔리안24' 브랜드다. 센텔리안24 화장품은 자사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TECA)'를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초기에 별도의 마케팅 없이 홈쇼핑 유통채널에 집중했고 이후 소비자들 간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센텔리안24 화장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23%에 달하는 1302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의 '이지듀'는 제약사들의 주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중에 가장 오래된 화장품으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함유한 '이지듀'를 병의원 화장품으로 2006년 출시했다. 처방을 통한 병의원 전용 라인 등으로 영업마케팅을 펼친 이지듀는 2015년부터 8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퍼스트 브랜드 대상’ 병원화장품 부문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동아제약도 지난 2019년 자사의 여드름 흉터치료제 '노스카나겔'의 주요 성분인 헤파린을 함유한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FATION)'을 론칭했다. 지난달에는 소듐헤파린, 쑥잎추출물, 판테놀 등을 복합한 '헤파린 RX 콤플렉스' 성분을 담은 '노스카나인 트러블 세럼'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곳도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10월 상처치료제 '후시딘'의 핵심 성분인 후시덤을 함유한 '후시드크림'을 출시했다. 동국제약과 마찬가지로 홈쇼핑을 통한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매회 완판을 기록하는 등 론칭 5개월 동안 65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후시딘'과 흡사한 포장 디자인을 내세워 피부를 상처로부터 보호해주는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단기간에 성공한 비결로 꼽힌다.
JW중외제약은 계열사 JW생활건강을 통해 지난해 7월 코스메틱 브랜드 ‘링셀’을 론칭하며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했다. '링셀'은 JW중외제약의 주력 제품인 아미노산 수액이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주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부터 단백질까지 확장해 수분보습력과 수분지속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앰플과 크림의 경우 특허 받은 플렉스좀(FLEX-SOME)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피부 흡수율을 높였다.
이처럼 제약기업들이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의약품 핵심 성분과 기술을 접목해 개발이 어렵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도 개발이 가능해서다. 특히 코로나 영향으로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피부 트러블이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의 더마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대폭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코스메슈티컬교육소에 따르면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2017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2000억원으로 4년 새 2배 이상 급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피부 트러블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더마코스메틱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제약기업들의 더마 화장품은 피부 트러블이나 상처 치료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피부 보호 및 개선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