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김아름 기자]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 2024'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로 '포용적 기술'이 꼽혔다. 포용적 기술은 장애인·여성·어린아이 등 사회적 약자나 환경·동물보호 등 공존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약자를 위한 기술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LVCC WEST HALL에서는 CES 2024의 핵심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주목해야 할 트렌드(Trends to watch)' 행사가 열렸다. 올해 CES의 슬로건인 'All Together, All On(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에 걸맞게 이날 행사에선 포용적 기술이 활발히 논의됐다.
진행을 맡은 제시카 부스 CTA 리서치 디렉터는 "핵심 추세는 다양성과 접근성, 평등"이라며 "이를 아우르는 '포용의 혁신'이 담긴 제품과 기술을 CES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피트니스 기기와 연동해 여성의 안전한 귀가와 이동을 돕는 앱인 유메이(UMAY)가 대표적이다. 시각 및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경을 개발한 오클리도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지난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립스틱과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를 공개한 로레알은 올해 CES에서 뷰티업계 최초로 키노트를 진행하고 '포용적 뷰티' 카테고리의 성장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제시카 부스는 "CTA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성에서 앞서가는 회사들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19% 더 많은 수익을,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기업들은 60%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다양한 목소리의 혼합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AI로 건강 격차 줄인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포용적 기술의 핵심 카테고리로 꼽혔다.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라 개인화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재력, 성별, 인종에 따른 의료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브라이언 코미스키 CTA 프로그램 디렉터는 "인공 지능이 미래에 헬스 테크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수면 장애를 치료할 때 그 이면에 불안이 있을 수 있어 두 질환을 함께 치료하는 등 개인화 치료를 통해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도 특히 여성 건강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의료비용, 시간 등을 이유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여성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선 폐경기 여성의 수면 장애를 돕는 아미라 헬스(Amira health)의 'Terra Sleep', 원격으로 통증을 완화·관리할 수 있는 애보트(abbott)의 'Neuromodulation Therapy' 등이 주요 제품으로 소개됐다.
제시카 부스는 "디지털 여성 건강 시장은 2027년까지 1조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 솔루션이 병원에 방문하기 힘든 여성들을 위해 의료 비용을 낮추고 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