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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신세계 '또' 질긴 악연

  • 2021.06.10(목) 16:58

하이마트·까르푸 등 인수전마다 격돌
승자의저주 우려에도 '밀리면 끝장' 각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 업계의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또 한 번 맞붙게 됐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말입니다.

두 기업은 국내 유통 시장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같은 업권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신세계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스포츠까지 대결하기 시작했죠. 이 같은 전통의 라이벌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경쟁을 하게 됐으니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라이벌로 불리는 것은 단순히 같은 업권에서 경쟁해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두 기업은 그간 국내 유통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때마다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몸집을 불려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서로 견제하며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곤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카드를 들고 나와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드라마를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점이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하이마트냐 전자랜드냐…기막힌 반전

롯데와 신세계가 기업 인수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쳤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9년 전 가전양판점 시장에서 입니다.  당시 시장에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비슷한 시기에 매물로 나왔는데요. 일단 하이마트 인수전에 롯데와 신세계가 동시에 뛰어들었습니다. 기존 대형마트 채널에 가전 유통 채널을 더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세계는 정작 하이마트 본입찰에서는 빠집니다. 대신 전자랜드를 선택했습니다. 신세계는 이후 전자랜드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요.

당시 유통 업계에서는 롯데가 하이마트를 사고,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롯데가 다른 인수 후보자였던 MBK파트너스에 밀려 탈락한 겁니다.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 전경.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사실 신세계는 롯데를 견제하기 위해 전자랜드를 사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롯데가 하이마트를 사지 못하게 됐다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리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그래서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반전이 벌어집니다. MBK가 돌연 하이마트 인수를 포기합니다. 그러자 롯데가 다시 입찰에 응해 하이마트를 손에 쥐게 됐고요. 전자랜드를 포기했던 신세계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어쨌든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금 그룹 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까르푸 인수한다더니…월마트가 왜 나와

또 다른 드라마도 있습니다. 2006년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대형마트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한국까르푸 인수전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업계 1위 이마트를 뒤쫓던 롯데마트는 까르푸를 인수,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신세계를 비롯한 여러 유통 업체들이 롯데를 견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까르푸는 이랜드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롯데는 안타까워했습니다. 다만 이마트 역시 까르푸를 갖지 못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반전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이마트가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깜짝 발표였습니다. 사실 신세계는 한국까르푸 인수전에 뛰어들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월마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던 겁니다. 당시 신세계 관계자는 "한국까르푸 인수 건과는 별도로 (월마트 인수) 협상을 해오다가 일본 도쿄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여유 있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월마트코리아 인수는 성공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이마트 월계점. /사진=나원식 기자.

롯데는 대신 얼마 뒤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며 자존심을 살렸습니다.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을 갖출 수 있게 된 겁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까르푸와 월마트 인수 실패를 설욕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롯데홈쇼핑 역시 이후 탄탄하게 성장해 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몸값 높지만 '질 수 없다'

이처럼 두 유통 공룡은 기업 인수전에서의 끈질긴 '악연'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두 기업이 어떤 '드라마'를 쓰게 될까요. 지금까지만 보면 이전 사례들 못지않은 극적인 전개가 펼쳐지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신세계는 네이버와 연합군을 만드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 역시 깜짝 카드였습니다. 신세계는 여기에 더해 배달 앱 업체인 요기요 인수 후보자로도 이름을 올려놨는데요. 요기요 인수전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시기가 겹치면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로서는 두 매물 모두를 사들이기는 벅찰 것으로 여겨집니다. 요기요의 몸값 역시 최대 2조원 정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롯데가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신세계에 뺏기면 요기요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몸값은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입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게다가 두 기업은 각각 롯데ON과 SSG닷컴이라는 그룹의 주력 온라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고 해도 기존 플랫폼을 지속해 키우려 할 겁니다. 그래서 결국 채널만 늘어날 뿐 시너지 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지적도 있습니다.

이베이 본사.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신세계는 지금 '진지'합니다. 롯데만큼은, 또 신세계만큼은 이겨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롯데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면 3조원, 4조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지금 어떤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을까요. 얼마나 과감한 베팅을 할까요. 이르면 다음 주쯤 결과가 나올 텐데요. 두 기업이 어떤 드라마를 쓰게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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