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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백화점]①쉽게 죽지 않는다

  • 2021.08.30(월) 07:00

'보복 소비'로 올 상반기 매출 급증
점포 대형화·고급화…'랜드마크' 전략
'더현대 서울' 시작…롯데·신세계도 오픈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백화점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수년간 유통 산업의 무게중심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백화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커머스는 물론 홈쇼핑과 대형마트 등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백화점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른바 '보복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때마침 백화점 업체들은 잇따라 '신규 점포'를 열었다. 지역 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백화점의 상승세가 지속할지 짚어본다. [편집자]

백화점 업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했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백화점이 수혜를 입었다. 특히 명품 매출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젊은 층들의 명품 구매가 증가한 데다가 이른바 보복 소비까지 더해지면서다. '집콕'에 지친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복합 쇼핑몰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백화점 업체들은 올해 잇따라 신규 출점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초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선보였다. 이달에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가 문을 열었다. 백화점 빅3가 한 해에 동시에 점포를 오픈한 건 지난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수년간 백화점 신규 출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백화점이 재기에 성공할지, 반짝 흥행에 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백화점 매출 급증 '반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주요 유통 채널 중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26.2% 증가했다. 대형마트(0.3%)나 편의점(6.2%)은 물론 온라인(16.1%)을 훌쩍 뛰어넘었다. 백화점이 지난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김호성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과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기저효과와 소비심리 회복으로 백화점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해외여행에 대한 제약이 지속되며 명품을 비롯한 전 상품군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백화점은 지난 수년간 지속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하게 커진 데다가 홈쇼핑이나 대형마트 등 다른 오프라인 채널에도 영역을 뺏기면서다. 지난 2017년 국내 전체 유통 시장 매출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5%로 지속해 낮아졌다. 그 사이 온라인 채널의 비중은 35%에서 48%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반전이 벌어졌다. 올해 상반기 전체 유통 업체 매출에서 백화점이 차지한 비중은 17%로 반등했다.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좋아졌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 세 곳 모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명품뿐만 아니라 마진이 높은 패션이나 잡화 등 대부분 상품군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보복 소비 덕…랜드마크 전략 효과도

백화점이 올해 호실적을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 소비'가 꼽힌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 심리가 명품 등 고가 제품 구매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명품(유명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 수는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지난 후에도 명품이 불티나게 팔릴지는 미지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의 점진적 정상화에 따른 여행 관련 소비 발생과 입주 물량 증가폭 둔화로 가전 매출 감소 등이 예상된다"며 "백화점의 고성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만 이런 일시적인 호재 외에도 그동안 백화점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추진해온 전략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백화점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일부 점포를 대형화·고급화하면서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백화점 내부 공간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거나 식품관을 대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단 사람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여놓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런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2016년 강남점을 대거 리뉴얼해 확장 오픈했다. 이후 강남점은 다음 해인 2017년 매출 기준으로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넘어서며 전국 1위 점포가 됐다. 2019년에는 국내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단일 점포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5년 판교점을 수도권 최대 규모로 오픈했다. 판교점은 오픈 5년 4개월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같은 '1조 클럽' 점포들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등도 마찬가지다. 점포를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지속해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백화점 3사 신규 점포…"상승세 이어간다"

백화점 업체들의 이런 전략은 올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공교롭게도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가 줄줄이 신규 점포를 선보였다. 백화점 3사가 한 해에 일제히 신규 점포를 연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백화점 업체들이 올해 경쟁적으로 신규 점포를 낸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애초 더현대서울의 경우 지난해 완공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돼 올해 오픈했다. 백화점의 신규 점포 개점은 수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따라서 올해 백화점 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전략적으로 시기를 맞춰 오픈 한 것이 아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만 올해 때마침 백화점 실적이 상승세를 탄 데다가 지난 2월 오픈한 더현대 서울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경쟁사들 역시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개점 효과'를 통해 오랜만에 맞은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롯데백화점은 동탄점을 경기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며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동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넘어, 국내 백화점을 대표하는 점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경우 '대전점'을 기존과는 달리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로 명명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온 신세계가 5년 만에 신규 점포를 선보인다"면서 "신세계의 DNA가 집약된 다양한 문화·예술, 과학 콘텐츠를 앞세워 앞으로 중부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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