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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톱, 이젠 걷어찰 밥상이 없다

  • 2021.08.28(토) 11:00

[주간유통]편의점 미니스톱 매각설
3년 전 매각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
경쟁력 등 매력 떨어져…업계 '시큰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화려했던 과거

이번 주에는 편의점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때 '강소' 편의점으로 불렸던 미니스톱입니다. 미니스톱이 매물로 등장했다는 소식인데요. 사실 미니스톱이 매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니스톱은 이미 지난 2018년에 매각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이 인수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엔 무산되고 말았죠. 당시만 해도 편의점 시장의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했습니다.

편의점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곳입니다. 점포수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죠. 그래서 한때 CU와 GS25 사이의 출점 경쟁이 치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니스톱 매각이 추진됐던 2018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와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신세계가 미니스톱 인수에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미니스톱의 점포를 흡수하면 규모를 키울 수 있었으니까요.

미니스톱은 한국미니스톱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 미니스톱의 주인은 일본 굴지의 유통 기업인 이온그룹입니다. 최근 이온그룹이 한국 편의점 시장 철수를 위해 미니스톱 매각을 타진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미즈호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죠. 유통업계에서는 누가 미니스톱을 가져갈지가 관심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저도 무척 궁금한데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시 시계를 2018년으로 돌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미니스톱 매각이 무산됐던 이유를 좀 알고 가는 것이 다음 이야기들을 풀어내는데 좀 더 수월해서입니다. 2018년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꽤 구체적인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술렁였죠. 아마 미니스톱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그때처럼 주목받았던 적은 없었을 겁니다.

당시 이온그룹은 한국 미니스톱의 매각 가격을 약 300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죠. 마침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당시에도 국내 편의점 업계는 CU와 GS25가 치고받는 상황이었고 그 뒤를 세븐일레븐이 쫓아가는 형국이었습니다. 이마트24는 어떻게든 세븐일레븐을 잡으려 했죠. 미니스톱은 업계 5위였습니다.

특히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 의지가 강했습니다.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CU와 GS25의 점포수에 꽤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거든요. 이 때문에 롯데에서는 무척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했습니다. 한국 미니스톱은 한때 매장당 매출액이 업계 2위에 해당할 만큼 알짜로 통했습니다. 기존 편의점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죠.

과욕이 부른 참사

하지만 편의점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규모가 작았던 미니스톱은 견뎌낼 수가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이동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대형 편의점 업체들이 차지했죠. 주요 상권을 차지한 대형 업체들이 서서히 골목 안까지 치고 들어오자 규모가 작은 미니스톱으로서는 대응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적이 급락했죠. 이온그룹 입장에서도 한국미니스톱을 빨리 정리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롯데와 신세계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온그룹은 반색했죠. 심지어 롯데의 경우 이온그룹의 희망 가격인 3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4000억원대 중반을 써냈습니다. 그만큼 인수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발생합니다. 당시 편의점 근접 출점 자율규약이 통과하면서 기존 편의점 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어렵게 됐습니다. 이온그룹 입장에서는 이런 호재가 없습니다.

/ 사진출처=일본 이온그룹 홈페이지 캡처

신규 점포 출점이 제한되면 기존 미니스톱 점포를 흡수하는 방법 이외에 신규로 점포를 출점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상황이 변하자 이온그룹은 슬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미니스톱의 매각가격을 올립니다. 가장 많은 가격을 써내 인수를 목전에 뒀던 롯데 입장는 황당했습니다. 가격도 자기들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써냈는데 상황이 바뀌었으니 더 내놓으라니 롯데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롯데는 꽤 오랜 시간 고민합니다. 심지어 신동빈 롯데 회장과 일본 이온그룹 관계자들이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막판까지 고심하던 롯데는 결국 미니스톱 인수 포기를 선언했죠. 롯데 입장에서는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점포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더 큰 부담을 질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온그룹 입장에서는 "어? 이게 아닌데"했겠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죠. 

당시 업계에서는 이온그룹이 다 차려진 밥상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손에 쥘 수 있었음에도 욕심을 부리다 좋은 기회를 날렸다고 봤죠. 롯데의 인수 포기 선언 이후 한국미니스톱은 대외적으로 "더 내실을 기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심 무척 후회했다는 후문입니다.

상황이 변했다

그랬던 미니스톱이 다시 매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예전과 좀 다릅니다. 현재 국내 편의점 업계는 CU와 GS25의 2강 체제가 굳어졌습니다. 2018년만 해도 세븐일레븐이 신규 출점에 속도를 내며 이들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미 그들과의 격차가 커진 데다 편의점 업체들도 무리한 출점보다는 이제 차별화된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기준 CU의 점포수는 1만4923개, GS25는 1만4688개입니다. 세븐일레븐은 1만486개로 약 4000개 차이가 납니다. 이마트24는 5301개로 세븐일레븐의 절반 수준입니다. 미니스톱은 2607개로 2018년 처음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와 큰 변동이 없습니다. 이는 미니스톱이 그동안 얼마나 정체돼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브랜드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지는 오래됐죠.

단위 : 억원

실적도 악화됐습니다. 미니스톱은 지난 2016년부터 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했는데요. 매출액은 1조원대를 유지해왔지만 2019년부터 매출액이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그러다 작년에는 1조794억원에 그쳤죠. 수익성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2019년까지는 영업이익을 내왔는데요. 작년에는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습니다. 경쟁력도, 실적도 악화하니 이온그룹 입장에서는 더욱 정리하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미니스톱의 지분 가치는 최대 2500억원 정도입니다. 3년 전 4000억원 중반까지 거론됐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가치가 떨어진 셈입니다. 이온그룹은 미니스톱 인수 후보자를 현재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이온그룹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미니스톱은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국미니스톱 측은 "일본 본사에 확인 결과 한국미니스톱 매각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미니스톱이 이처럼 부인하고 나선 것은 지난 2018년 공개 매각 추진 당시 미니스톱 점주들의 집단 반발 등을 이미 경험한 터라, 이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누가 나설까

관심은 미니스톱 인수에 누가 나설까입니다. 업계에서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롯데와 신세계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악재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편의점 선두권과의 격차가 벌어져있는 만큼 미니스톱을 품게 되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힙니다. 특히 신세계는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을 바짝 쫓아갈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롯데나 신세계가 미니스톱에 과거와 같은 관심이 있느냐입니다. 더불어 이들의 재무 상태도 인수를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롯데의 경우 원래부터 M&A(인수·합병)에 관심이 많은 곳이지만 현재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곳이 많아 굳이 미니스톱 인수에까지 신경을 쓸지는 의문입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도 최근 잇따라 대형 M&A를 한 터라 수천억원을 들여가며 미니스톱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미니스톱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추가로 들어가야 할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미니스톱은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아울러 작년을 기점으로 각 편의점 업체 점주들의 계약 만료가 도래하고 있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은 것도 변수입니다.

굳이 수천억원을 들여 미니스톱을 인수하고 이후 또다시 투자를 감행하는 것보다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려는 미니스톱 점주들을 흡수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들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이는 곧 인수 효과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이 가진 매력은 2018년 당시보다 확실히 떨어졌다"며 "오히려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미니스톱에게 매우 불리해 보입니다.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미니스톱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인 점포수 확충도 기존 업체들에게는 이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편의점 업체들의 시선은 점포수보다 다양한 서비스와 점포를 활용한 확장성에 꽂혀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수에 나서는 곳이 있을까요? 결과론적이지만 3년 전 밥상을 걷어찬 당시 미니스톱의 판단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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