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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오다]"다시 출근, 뭐 입지?"…패션업계 '기지개'

  • 2022.05.05(목) 10:05

4월 백화점 3사 패션 매출 '대폭' 증가
떠오르는 '테니스웨어'…브랜드 론칭 활발
"중저가 브랜드 몰락…양극화 심화 우려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패션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주요 백화점의 패션부문 매출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올 1분기 패션업체 실적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는 데다 기업들이 재택근무 비율을 낮추면서 패션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체들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준비에 한창이다. 업체들은 스포츠웨어 브랜드 론칭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엔데믹 시대에 국내 패션업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명품(해외 컨템포러리)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패션 업계 매출 '쑥쑥'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의류 소매판매액은 13조5230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지난 3월 의류 소매판매액은 5조286억원으로 지난 2월(3조9208억원)보다 28% 늘었다.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 체제로 전환하고 결혼식 등 행사가 재개하면서 4월에도 고가 의류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달 주요 백화점 3사 패션부문 매출도 큰 폭으로 올랐다. 4월 한 달간 신세계백화점 여성패션과 남성패션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 3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여성패션 상품군 매출은 전년보다 28.7%, 남성패션 상품군 매출은 29%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여성패션과 남성패션 상품군 매출 모두 전년보다 30%씩 증가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패션업체들의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올 1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2.6% 증가한 47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나 뛰었다. F&F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437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46억원이었다. F&F는 지난해 5월 인적분할로 신규 설립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분할 전 F&F홀딩스 패션부문 지난해 1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4%, 94.4% 증가한 수치다.

'골프' 가고 '테니스' 온다

패션업체들도 엔데믹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패션업계에서는 테니스웨어를 중심으로 스포츠웨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최근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골프에 이어 테니스가 새로운 취미로 주목받으면서다. 특히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 상품군을 통해 MZ세대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F의 '아떼 바네사브루노'는 최근 젊은 테니스족을 겨냥한 테니스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캡슐 컬렉션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프렌치 감성의 테니스룩이다. 회사 측은 "일과 후 짧게 운동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운동 전후와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휠라도 최근 테니스웨어 컬렉션 '화이트 라인'을 출시했다. 화이트 라인은 운동 시 최적의 활동성을 제공하는 '액티브온'과 코트 밖 데일리룩으로도 손색없는 '액티브 오프' 등 두 가지 시리즈로 구성됐다. 코오롱인더 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럭키마르쉐'도 지난 3월 테니스 라인을 신규 론칭했다. 코오롱FnC 역시 코트와 필드는 물론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MZ세대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테니스가 골프에 이어 MZ세대의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테니스는 신체 접촉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팬데믹 시대의 대세 스포츠로 떠올랐다. 또 복고 열풍이 테니스룩 유행을 부추겼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에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테니스가 MZ세대에게 주목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테니스 인구는 50만명, 테니스 시장 규모는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설 곳 잃은 중저가 브랜드, 생존 전략은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패션업계의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패션업계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등 중저가 브랜드와 해외 컨템포러리 등 프리미엄 브랜드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가치 소비가 패션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데다 신명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인기를 끈 덕분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아미', '톰브라운', '르메르'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메종마르지엘라', '클로에'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반면 세정그룹, 형지I&C, 신원 등 토종 패션업체는 고전하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는 그동안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트렌드 변화를 읽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백화점들은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중저가 브랜드 판매 매장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문을 연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매장이 없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저가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고강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패션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리뉴얼 등 이미지 개선과 함께 온라인 전환 등의 사업구조 개편이 이들 기업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소비자는 비싸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췄거나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를 선호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 럭셔리 브랜드와 미닝아웃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국내 패션업계의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중저가 브랜드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전환 등을 통해 MZ세대를 잡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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