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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말고 테니스'…유통가 테린이 열풍 '롱런' 할까

  • 2022.09.21(수) 06:50

MZ세대, 이젠 골린이보다 테린이
낮은 진입장벽·상대적 '저비용' 매력
유통업계, '테니스' 새 먹거리 낙점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테니스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골프와 같은 고급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덕분에 관련 사업도 호황이다. 테니스 용품부터 의류까지 매출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는 골프에 이은 새 먹거리로 테니스를 점찍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흥미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스포츠가 '반짝' 인기를 얻고 시들해진 경우는 예전에도 많았다. 요가와 필라테스, 러닝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골프 말고 '테니스'

21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테니스 용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했다. 특히 테니스라켓 판매량은 8배 가까이(693%) 뛰었다. 테니스복(207%), 테니스화(182%), 테니스공(25%), 테니스가방(24%) 등의 상승세도 상당했다. 취미 여가 플랫폼 프립이 올해 상반기 사용자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테니스를 포함한 라켓스포츠 액티비티의 판매량은 지난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151% 증가했다. 프립 전체 사용자의 약 90%는 2030세대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테니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테니스 인구는 약 50만명,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각각 60만명, 3000억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엔데믹으로 그동안 참았던 스포츠 수요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쉽게 즐길 수 없었던 프리미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테니스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고급 스포츠다. 테니스가 일반적인 인기를 넘어 '대세'로 불리고 있는 이유다. 

테니스 인기의 원동력은 MZ세대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테니스장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처럼 자리 잡으면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현재 인스타그램에 '테니스'를 검색하면 93만 여개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최근 MZ세대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일종의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이들에겐 '어디서' '무엇을' 즐기는지가 중요하다. 테니스의 인식은 아직 고급이다. 게다가 테니스는 골프보다 저렴하면서도 운동량이 많은 것이 '매력' 포인트다. 

테니스 '힘' 준다

이러한 상승세에 유통업계에서도 테니스를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패션업계다. 골프 다음의 '새 먹거리'로 테니스를 낙점했다. 테니스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휠라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최근 조직을 개편하면서 '테니스 프로젝트팀'을 신설했다. 테니스 관련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테니스 후원 선수를 연계한 대규모 마케팅 활동도 계획 중이다. 성장 중인 테니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려는 복안이다. 

휠라 테니스 팝업스토어 / 사진=휠라코리아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코트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테니스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의류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선수들이 경기 때 신는 접지력 등을 강화한 기능성 신발 제품의 라인업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을부터는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케팅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로 잘 알려진 F&F는 지난 7월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1966년 이탈리아의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만든 브랜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캐주얼 제품을 출시하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F&F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골프에 이어 테니스가 새로운 취미로 부상한 것을 겨냥했다. F&F는 테니스 패션 수요층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르게 자체 브랜드를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키워 영역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백화점 업계도 분주하다. 테니스는 오프라인에서도 놓칠 수 없는 '집객' 카드다.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의류와 스포츠용품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업계는 체험형 팝업스토어와 브랜드 기획전을 적극 펼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오는 25일까지 한남동에 위치한 '고메이494 한남'에서 테니스 팝업 '스매싱 494'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6월 체험형 테니스 팝업스토어 '더 코트'를 진행했다. 오픈 3일 만에 5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롱런' 가능할까

전망은 대체로 밝다. MZ세대 사이에서 테니스가 골프의 대체재로 부상할 수 있다. 테니스는 골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골프는 고비용의 레슨비와 장비가 필요하다. 필드 '등판'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 테니스는 상대적으로 저비용이다. 라켓만 있으면 누구든 즐길 수 있다. 투자 대비 높은 스포츠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용성이 최대 장점이다. 이는 MZ세대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최근 고물가 상황인 것도 유리한 점이다. 테니스의 대중화 가능성이 골프보다 높다는 이야기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골프만큼 '대박'을 터트릴지는 미지수다. 아직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골프는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테니스는 즐기고 싶어도 장소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역으로 말하면 단점이다. '프리미엄' 포인트가 적다는 의미다. MZ세대의 흥미가 생각보다 빨리 식을 수 있다. 사실 특정 스포츠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예전에도 자주 있어왔다. 이전에는 요가와 필라테스 러닝 등이 있었다. 그중 일부는 시장이 도태하기도 했다.

골프와 수요층이 겹치는 것도 장기적인 리스크다. 둘 다 MZ세대의 인기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 미래에는 본격적인 수요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MZ세대는 대다수가 직장인이다. 골프와 테니스 두 가지를 병행하기 어렵다. 시간과 돈의 투자를 두고 둘 사이에서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테니스가 일상 스포츠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물론 아직 테니스를 골프와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한국골프산업백서 2020'에 따르면 한국골프시장 규모는 13조원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테니스가 인기를 끌며 골프에 비교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며 "업체들이 테니스에 손을 뻗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이라고 평했다. 이어 "테니스 때문에 '골프의 인기가 식는다'라기보다 관심사가 확장되고 있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라며 "분명한 것은 양 스포츠가 프리미엄 스포츠 시장의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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