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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아일'에 갇힌 이니스프리, 실적 반등 '빨간불'

  • 2024.11.19(화) 16:08

K뷰티 호황…로드숍 브랜드들 수익성 개선
이니스프리, '과감한 변신' 불구 효과는 '글쎄'
"애매한 정체성…당분간 반등 어려울 듯"

과거 국내 화장품 시장을 이끌던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이 차츰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적인 K뷰티 열풍이 이들 브랜드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다만 한때 로드숍 전성기를 이끌던 '이니스프리'는 K뷰티 성장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실적 반등은 언제쯤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의 올해 3분기 매출은 548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17.6%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1년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났다. 특히 업계에서는 올해 이니스프리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니스프리가 수년째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 반등 여부가 관심이다.

앞서 이니스프리는 2016년 국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효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주의 이미지가 미세먼지나 황사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제주산 청정 원료로 만든 화장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 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2017년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한한령 여파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발길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에 대한 규제 강화로 중국 내에선 자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K뷰티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오프라인 가맹 로드숍이 중심이었던 이니스프리는 코로나19로 유통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것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이 탓에 2019년 626억원이었던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70억원으로 급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1년에는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이니스프리는 반전 카드로 '리브랜딩'을 택했다. 지난해 초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바꾼 것은 물론, 제주가 아닌 가상의 섬 '더 뉴 아일(THE NEW ISLE)'을 새로운 세계관으로 삼으며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이니스프리의 올해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이니스프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738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38억원, 103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남은 한 분기 동안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60억원 이상을 창출해내야 얼추 비슷한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올해도 턴어라운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짙어진 먹구름

이번 실적이 더욱 뼈아픈 건 다른 로드숍 브랜드들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3분기 매출 653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보다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187% 증가하며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의 매출(450억원)과 영업이익(38억원)도 전년 대비 각각 22.2%, 58.6% 증가했다.

일각에선 이들 브랜드의 실적이 엇갈린 이유가 사업 전략의 차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니스프리가 리브랜딩에 집중할 동안 타 로드숍 브랜드들은 미국, 유럽, 중동, 일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았다. 진출 국가의 대표 드럭스토어와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통한 유통채널 다변화에도 주력했다.

또 이니스프리가 스킨케어(기초 화장품)에 집중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해외에선 한국 기업의 기초 화장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SNS를 통해 K팝 아이돌 화장법 등이 확산되면서 색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사진=이니스프리 제공

이에 따라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색조 화장품에 초점을 맞춘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영 뷰티 비건 브랜드 ‘어뮤즈’를 사들였고, ‘조선미녀’의 구다이글로벌은 색조 브랜드 '티르티르'와 '라카'를 잇달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LG생활건강이 인디 브랜드 '힌스'를 품에 안았다.

색조 화장품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색조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약 88조원에서 오는 2026년 약 120조원으로 연평균 6.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색조 화장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K뷰티가 글로벌 공략을 위해 펼친 SNS 마케팅과 합리적인 가격, 높은 품질 등이 현지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구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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