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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고드는 K홍삼"…인삼공사, 현지생산 장고 들어갔다

  • 2023.11.23(목) 06:50

[K푸드 격전지를 가다]
이윤범 KGC인삼공사 미국법인장 인터뷰
현지인 입맛 맞추고 익숙한 제형으로 사업 확대
글로벌 임상 준비…미국 공장 건설 장기적 계획

[로스앤젤레스=안준형 기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속담이 미국에도 통할까?

KGC인삼공사가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약식동원)는 사상과 밥이 보약이라는 믿음이 깔린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약은 약이고, 음식은 음식이다. 쓰고 비싼 홍삼이 아니라도 기능성을 앞세운 저렴한 비타민 등 약이 널려있다.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인삼공사는 지난 3월 미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지난 9월엔 글로벌연구소장 출신을 미국법인장으로 발령냈다. 지난 9일 만난 이윤범 KGC인삼공사 미국법인장은 '현지인 입맛에 맞는 맛'을 더한 홍삼으로 '난제'를 풀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다음은 이윤범 법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윤범 KGC인삼공사 미국법인장이 HSW 음료를 들고 있다 / 사진=안준형 기자

"미국 사업 중심 한인에서 미국인으로 이동"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CJ, 농심, 대상 등은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고 이미 현지 시스템이 갖춰졌다. 우리 법인은 10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정관장은 (미국보다) 국내와 중화권에서 유명했다. 정관장 인지도를 가진 곳은 한국·중국 광둥성·베트남·대만 등 정도다. 글로벌 매출의 중심은 중화권에서 이뤄졌고, (본사의) 지원도 중화권 중심이었다. 언제까지 그 시장(아시아)으로 갈 거냐는 고민이 있었다. 정관장 글로벌의 시작은 미국이다.

-미국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원동력은.
▲이흥실 전 법인장이 이끈 지난 3년간 매출이 2배 늘었다. 한인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서 코스트코와 온라인 비즈니스로 전환되면서다.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홍삼원' 거래액은 3년 전 3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커졌고, 미국법인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인을 상대로 하는 가맹점 매출 비중은 과거 85%에서 지금은 35~40%로 낮아졌다. 그만큼 온라인과 코스트코 비즈니스 비중이 커진 것이다. 미국 사업의 중심이 한인에서 미국인으로 막 이동 중이다.

KGC인삼공사 미국법인 '매출'/그래픽=비즈워치

"한자 빼고 한글로 홍삼 강조"

-현지에서 홍삼 쓴맛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
▲미국에서 4~5년 전 쓴 게 좋다는 '비터 이즈 배럴(bitter is better)' 마케팅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한 현지 유튜버는 홍삼을 먹고 '친구에게 추천 못 하겠다'고 반응했다. '불닭볶음면'처럼 긍정적으로 외국인이 홍삼의 쓴맛을 '챌린지(도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한국은 약식동원 개념이 있지만, 미국은 2년 전쯤에야 '푸드 이즈 메디슨(food is medicine)' 개념이 들어온 상황이다. 그것(비터 이즈 배럴)보다 먼저 홍삼을 현지인 입맛에 맞춰보기로 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홍삼에 탄산과 맛을 첨가한 무카페인 건강음료 'HSW'이다. 현재 'HSW'를 코스트코에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에선 한국 문화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데 도움이 되지 않나.
▲미국에선 '코리아 레드 진생(Korean red Ginseng)' 대신 '홍삼'을 강조하려 한다. 한자도 빼려고 한다. 한글로 홍삼이 쓰여 있어야 한국제품인지 안다. 한자를 보는 순간 중국 제품인지 착각한다. 미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한글로 홍삼을 강조하고 홍삼 브랜드를 만들겠다. 'HSW'도 '홍삼원'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이번 달 출시된 인삼에 첨가된 미용 콜라겐 음료 / 사진=안준형 기자

"미국인 대상 홍삼 임상 준비"

-미국에서 또 준비 중인 제품이 있나.
▲지난 10월 관절건강 등 기능성에 집중한 약을 출시했다. 여기에 미국산 인삼도 첨가했고, 가격도 경쟁력을 갖췄다. 이번 달에는 인삼에 첨가된 미용 콜라겐 음료를 출시한다. 젤리와 같은 구미형 제품도 곧 출시한다. 쓴맛의 홍삼 제품은 나중에 하고 그 이전에 현지인이 수용할 수 있는 관능의 제품과 익숙한 제형,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다. '아이키커'도 상품성이 있어 개발 중이다.

-현지에서 홍삼 효능에 대해 알고 있나.
▲한국 본사 연구원에서 2가지 임상을 준비 중이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혈행 개선과 항노화다. 혈행은 임상을 시작했고, 항노화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스위스 로잔 공대, 카이스트 등과 글로벌 컨소시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에선 인삼의 효능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고 임상 결과도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혈행 개선 효과에 대해 얘기하면 '홍삼보다 값이 저렴한 오메가3를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가 있어야 홍삼에 대해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공장 건설 장기적 관점서 계획"

-최근 정관장과 제휴한 미국 식당이 늘고 있다.
▲한인이 경영하는 카이젠 다이닝 그룹의 일식당 가부키가 인삼이 들어간 메뉴를 지난 9월 선보였다. 가부키는 현지인 주로 찾는 일식당으로, 홍삼의 인지도 확대 차원에서 홍삼 분말을 공급하고 있다. 요즘엔 코리아 프리미엄이 붙고 있어, 메뉴판에 코리아 레드 진생과 정관장 브랜드를 더 크게 썼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식당인 '와바그릴'에는 'HSW'가 들어갔다. 홍삼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홍삼을 단순히 슈퍼푸드로 접근하면 소재 중 하나가 되지만 편한 요리 재료가 되면 식문화가 된다.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법인의 목표는 미국에서 소통되는 제품으로 글로벌 전체 시장으로 가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테스트 베드가 미국인 셈이다. 미국에서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현지 생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고 미국 공장 건설은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되고 있다. 투자 의사 결정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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