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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도 프리미엄…하림의 아집일까 뚝심일까

  • 2022.05.17(화) 07:20

고급화한 '더미식 밥'으로 즉석밥 재도전
기존 '순밥'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콘셉트
높은 가격도 변수…프리미엄 수요가 관건

김홍국 하림 회장 / 사진=비즈니스워치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즉석밥' 시장 공략을 지속한다. 지난해 3월 '하림 순밥'(순수한 밥)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하림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The) 미식' 간판을 붙여 더욱 프리미엄화 했다. 제품 이름도 '더미식 밥'이다. 기존 '순밥'보다 공정과 품종 등을 개선했다. 즉석밥 특유의 시큼한 냄새를 잡는데 중점을 뒀다. 갓 지은 밥과 같은 풍미도 극대화했다고 하림은 설명했다. 

'즉석밥의 프리미엄화'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게 하림의 구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더미식 밥'의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즉석밥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지만 프리미엄 제품이 반향을 일으킬지 미지수라서다. 더군다나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햇반), 오뚜기(오뚜기밥) 양강 구도가 좀처럼 깨지지 않는 시장이다. 동원 등 기업이 도전했지만 균열을 내는 데 실패했다. 즉석밥 인지도가 부족한 하림이 닭고기 이미지를 벗고 '더미식 밥'을 성공시킬지 주목된다.

김홍국 회장의 '뚝심' 담았다
 
하림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미식 밥' 출시를 알렸다. 하림은 더미식 밥이 공정과 재료부터 차별화를 가진 제품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내내 밥 '본연의 풍미'를 강조했다. 집에서 밥을 지을 때와 같이 쌀과 물로만 사용해 빛깔과 냄새를 차별화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존 냉수 냉각이 아닌 온수로 뜸을 들이는 차별화된 공정을 통해 밥알의 식감을 살렸다고 했다. 

(좌) 하림 더미식 밥 (우) 일반 밥 비교

하림의 설명처럼 더미식 밥은 기존 즉석밥보다 시큼한 냄새가 덜했다. 온수 공정으로 생겼다는 제품 특유의 '공기층'도 만져볼 수 있었다. 실제로 손가락으로 용기 위를 눌러보면 포장재와 밥 사이의 빈 공간이 느껴진다. 단지 맛에서는 일반 즉석밥과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좀 더 고슬고슬한 느낌이 살아있었다. 이 같은 강점은 백미밥보다 현미 등 잡곡밥에서 좀 더 두드러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밥 소믈리에'로 등장했다. 샐러드·연어알·김 등 반찬과 더미식 밥을 시식하며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더미식 밥의 흥행을 자신하기도 했다. 하림의 뚝심인 '좋은 재료, 좋은 공정'을 고스란히 제품에 담은 점도 내세웠다. 이날 하림은 더미식 밥의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고, 앞으로 제품을 국·탕·찌개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뚝심' 만큼 '돌풍' 될까

다만 더미식 밥이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공정과 재료가 일부 바뀐 것을 제외하면 기존의 순밥과 큰 차이가 없어서다. 앞서 하림은 순밥 출시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냄새 없는 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출시 1년도 안 되어 단종됐다. 최종 시장 점유율은 0.1%로 전해진다. 프리미엄 전략도 지금과 같았다. 당시 순밥의 개당 가격은 2100원으로 햇반(1950원), 오뚜기밥(1850원)보다 비쌌다. 하림은 낮은 인지도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며 즉석밥 시장에서 '퇴각' 해야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더미식 밥의 성공에도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심지어 더미식 밥은 앞선 순밥보다 비싼 2300원이다. 즉석밥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나타나야 빛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즉석밥의 주 구매층이 1인 가구 직장인인 20·30청년층이라는 점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밥은 입맛이 다양한 젊은 층에 매력을 드러내기 어려운 제품이다. 반대로 '밥맛'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의 중장년층은 즉석밥보다 '수향미' 등 고품종 쌀 구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로 프리미엄 전략을 취했던 장인라면도 고전하고 있다. 앞서 하림은 지난해 11월 '더 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했다. 한 봉지에 국내 최고가인 2200원을 내걸고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 초반 신제품 출시 효과를 상쇄하며 미풍에 그쳤다. 국내 1호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과 같은 전철을 밟았다. 소비자들은 스프 하나 정도의 차이인 프리미엄 라면에 수긍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즉석밥 시장도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첨가물 안 넣었다"는 하림

하림은 즉석밥 시장에서 충분히 프리미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은 기존 순밥의 실패를 '전략 부재'로 분석했다. 후발주자로서 시장분석과 마케팅 등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프리미엄 수요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다. 마케팅도 공격적이다. 하림은 더미식 밥에서 '다른 첨가물 없이 100%, 쌀과 물로만 밥을 지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즉석밥 업계에서 다소 곤혹스러울 수 있는 마케팅이다. 마치 경쟁사는 첨가물을 남용한다고 대중에 비칠 수 있어서다. 

현재 즉석밥 시장은 햇반과 오뚜기밥이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림과 동원 등 후발 주자가 힘을 못 쓰는 배경이다. 하림에겐 이를 뒤집을 획기적인 '콘셉트'가 필요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림이) 다른 경쟁사는 마치 첨가물을 남용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보존 기간을 위해 일부 첨가물이 들어가는 건 맞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인체에 해도 없다. 하림이 1%의 점유율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만큼, 후발주자의 마케팅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하림이 신사업으로 즉석밥을 점찍은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국내 즉석밥 시장은 지난 2020년 4000억원을 돌파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정 부분 점유율을 확보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프리미엄 즉석밥 시장이 기대처럼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하림은 육계 사업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류 독감 등 육계 시장이 불황를 겪으면 곧바로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안정적인 신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라면과 즉석밥 등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만큼은 즉석밥 시장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게 하림의 포부다. 가격 경쟁력이 낮더라도 질적인 측면으로 상쇄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홍국 회장은 "하림의 철학은 신선한 재료로 최고의 식품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자연히 가격이 올라 갈 수밖에 없다. (더미식 밥이) 경쟁사보다 10% 정도 비싼데, '돈을 더 주고 살 것이냐'는 소비자가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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