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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갈린 K-뷰티 '빅 2'…아모레 반격 통했다

  • 2022.05.20(금) 06:50

[워치전망대]아모레, LG생건에게서 '왕좌 탈환'
상품 '투 트랙' vs '올인'이 승부 갈랐다
2분기 여전히 '흐림'…관건은 '탈중국 성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K-뷰티 '빅 2' 아모레퍼시픽(아모레)과 LG생활건강(LG생건)의 명암이 엇갈렸다. 양사 모두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지만 내실은 달랐다. 아모레는 악재 속에서도 타격을 최소화했다. 설화수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출은 오히려 끌어올렸다. 반면 LG생건 뷰티 부문은 실적이 크게 악화되며 아모레에게 왕좌를 다시 내줬다.

중국 시장 내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이 양사의 명암을 갈랐다. 아모레는 중국 현지 및 면세점 시장에 '투 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초고가 모델과 중고가 모델을 고르게 판매했다. LG생건은 초고가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가 시작됐다. 때문에 LG생건이 탄력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 'K-뷰티 왕좌' 탈환하다

아모레·LG생건이 지난 1분기 나란히 부진했다. 아모레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2628억원, 영업이익은 1712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영업이익은 13.4% 줄어들었다. LG생건의 실적 감소 폭은 더 컸다. LG생건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줄어든 1조645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52.6% 감소한 1756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LG생건은 실적을 견인하던 뷰티 부문(화장품·데일리뷰티)이 부진했다. LG생건 뷰티 부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6% 줄어든 1조2522억원, 영업이익은 72.9% 줄어든 1242억원이었다. 대표 브랜드 '후'의 매출은 54% 급감했고, '숨'과 '빌리프' 등 브랜드의 매출도 각각 22%, 1% 줄어들었다. 그 결과 아모레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다만 음료 부문의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하면서 전체 실적 악화 폭을 줄였다.

이들의 실적 부진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 위축의 결과다. 중국은 최근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전면 봉쇄로 대응한다. 현재까지 상하이·베이징 두 지역이 봉쇄됐다. 이 지역의 중국 내 GDP 비중은 7.4%에 달한다. 자연스럽게 소비가 큰 폭으로 위축됐다. 더불어 아모레·LG생건은 상하이 공장 및 물류센터 봉쇄도 겪었다. 유통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명암 가른 '상품 포트폴리오'

'내실'은 엇갈렸다. 아모레는 악재에도 주력 브랜드 설화수의 매출을 8% 성장시켰다. 이는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 차이가 불러온 결과다. 아모레는 중국 현지 시장에 최고급 라인 '설화수 자음생'을 집중 판매한다. 면세점에서는 '설화수 윤조' 등 중급 라인이 주력이다. 반면 LG생건은 현지·면세점 모두 최고급 라인인 '더 후 천기단' 상품이 주력이었다. 과거 시장이 안정적일 때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런 가운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변수'였다.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방역을 강화했다. 때문에 면세점 핵심 고객 '따이공(보따리상)'의 구입 물량이 줄었다. 올림픽 이후에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봉쇄가 시작됐다. 그 결과 아모레와 LG생건의 1분기 면세점 매출은 각각 1760억원, 1630억원으로 위축됐다. 직전 분기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시장별로 다른 상품을 배치한 아모레의 '투 트랙 전략'이 이 타격을 상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사업 구조조정도 효과를 봤다. 아모레는 코로나19 이후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수익성이 낮은 국내외 사업을 정리하며 디지털 전환에 집중했다. 중·저가 시장을 담당하던 에뛰드를 면세점에서 철수시켰다. 중국 이니스프리 매장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온라인에 집중 유통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다. 반면 LG생건은 '사업' 포트폴리오와 달리 좁은 '상품' 포트폴리오의 악영향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여전히 '흐림'…'탈중국'까지 버텨라

K-뷰티의 올해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일단 국내 시장의 회복은 기대할만 하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었다. 일상이 돌아옴에 따라 색조 등 전통적 '효자 상품'의 판매가 회복되고 있다. 실제로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달 18일 이후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온라인 전환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아모레·LG생건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양사는 중국 현지 생산·유통을 재개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언제든지 봉쇄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봉쇄는 소비 심리 위축을 불러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봉쇄가 시작된 지난달 중국 내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1.1% 줄어들었다. 이는 6·18 쇼핑 축제 등 중국 현지의 대목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좌),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양사의 '탈(脫)중국' 시도의 성과도 아직 크지 않다. LG생건은 2019년 미국 화장품 기업 '뉴 에이본' 인수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아모레도 설화수·라네즈 등 브랜드를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시키며 거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아직 '초기 단계'다.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방어가 올 한해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핵심 해외 시장이었다. 많은 기업이 현지 성공신화를 썼다. 그러면서 중국에 '올인'하는 기업도 늘었다. 아모레·LG생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양날의 검’이 됐다. 불안정한 중국의 정치·외교 환경에 실적이 오르내렸다. 한국 기업은 매번 '볼모'가 됐다. 결국 중국에 실적이 좌우되는 기형적 구조가 완성됐다. K-뷰티의 대표 주자들이 이를 극복하고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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