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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모레의 역대급 M&A에 묻어난 고민

  • 2022.09.05(월) 10:20

미국 화장품 브랜드 타다 하퍼 1681억에 인수
'클린 뷰티' 앞세운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탈중국·북미 진출 가속화…관건은 MZ세대 공략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화장품 제조·판매 업체 '타타 내츄럴 알케미(아래 타타 내추럴)'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타타 내추럴은 클린 뷰티를 앞세운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의 운영사입니다. 이번 인수는 타타 내추럴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흡수합병하는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이뤄지는데요. 회사는 타타 하퍼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북미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관련 기사: [공시줍줍]역삼각합병으로 북미시장 진출하는 아모레퍼시픽(9월2일)

북미 시장 공략은 국내 화장품 업계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해외 매출의 7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실적도 중국 상황에 크게 좌우됐고요. 사드(THADD) 사태, 미·중 갈등 등 위기 때마다 국내 업체들은 위기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이 강한 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일 방법으로 시장 다각화와 디지털 대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인수합병(M&A)엔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오히려 내부 브랜드 강화에 힘을 쏟았고요. 해외 시장 공략 역시 기존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경쟁 업체인 LG생활건강이 지난 10여년간 26건에 달하는 M&A 계약을 끌어낸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이런 보수적인 태도는 위기 상황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소로 꼽힙니다. 코로나19 기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모두 중국 봉쇄 정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LG생활건강은 시장의 우려보단 양호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적극적인 M&A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생활용품·식음료 등으로 꾸준히 확장해온 덕분입니다. 현지 온라인몰 입점 등도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고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2분기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1년 6개월 만에 다시 적자를 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선 이번 인수를 아모레퍼시픽이 기존보다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합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더마 화장품 전문 업체 '코스알엑스'의 지분 38.4%를 18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창사 이래 첫 수천억원 규모의 M&A였는데요. 타타 내츄럴 인수는 그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참고로 이제껏 회사의 굵직한 투자는 지난 2011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현 구딸파리) 인수(300억원), 2020년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래셔널 그룹' 소수지분 인수(488억원)가 전부였습니다.

이로써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특히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K-팝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중국 이외 지역에서 K-뷰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죠.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화장품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지만, 미국 수출액은 22% 증가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설화수'와 '라네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있고요.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늘어난 3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북미 시장 진출이 쉽진 않아 보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성장을 견인한 건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북미 시장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로서 이들 기업의 인지도는 약한 편입니다. 북미 시장은 이미 '랑콤', '입센로랑', '수에무라' 등의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로레알 등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요.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섣불리 할인 정책을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입니다. MZ세대의 가치소비 흐름에 따라 북미 화장품 업계에서도 '친환경' 트렌트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타타 하퍼는 유전자 조작 원료(GMO), 첨가제, 인공 색소 등을 포함하지 않은 자연 유래 성분 제품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입니다. 앞서 LG생활건강도 지난 4월 디즈니, 방탄소년단(BTS) 등 캐릭터 마케팅으로 미국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브랜드 '더크렘샵'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인수로 아모레퍼시픽은 반전을 이뤄낼까요. 또 국내 브랜드가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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