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업계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와 디지털 전환 전략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다만 올 상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두 기업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 뚫고 '성장세' 지속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연매출 8조원을 돌파, 17년 연속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915억원, 영업이익 1조28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1%, 5.6% 늘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견조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특히 생활용품(HDB) 사업과 음료 사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HDB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9.9% 증가한 2조582억원이었다. '닥터그루트', '히말라야 핑크솔트', '피지오겔'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성장에 힘을 보탰다. 음료 사업 매출은 1조5919억원으로 전년보다 5.2% 올랐다. '코카콜라', '몬스터 에너지' 등 주요 브랜드가 건강 트렌드를 공략, 저당·저칼로리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8% 증가한 5조326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6.4% 증가한 3562억원을 달성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매출 4조8631억원, 영업이익 34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7%, 140.1% 증가했다.
디지털 전환과 사업 체질 개선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국내 시장의 경우 온라인 매출이 약 40% 성장했다.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면세 채널에서도 선전했다. 회사 측은 "채널 믹스 및 전통 채널 영업이익의 개선으로 전체 영업이익이 156%나 높아졌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90%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전략을 통해서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북미에선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확장하며 매출 성장폭을 키웠다.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는 등 온라인 채널이 성장을 이끌었다. 유럽에선 브랜드 및 채널 다변화로 전체 매출이 성장했다. '라네즈'는 영국 이커머스 채널 컬트 뷰티에 입점하고 '이니스프리'는 세포라에 진출했다.
'화장품'에 울고 웃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에선 두 기업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지난해 화장품 사업 매출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LG생활건강을 앞질렀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각각 4조9237억원, 4조4414억원으로 집계됐다. 데일리뷰티(바디·헤어 부문)을 더한 전체 화장품 사업 매출(5조7320억원)로는 여전히 LG생활건강이 1위다.
지난해 4분기엔 두 기업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다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매출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를 이어갔다. 4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2.6% 증가한 1조420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4% 감소한 2조23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5.9% 감소해 241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 역시 화장품 사업의 영향이 컸다. 4분기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가 열리는 성수기다. 4분기 실적을 통해 중국 시장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음생' 등 고가 라인을 육성하고 이커머스 채널에서 '설화수'의 입지를 넓히며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각각 1조3103억원, 1조1403억원이었다.
전망은 '우울', 돌파구는?
업계에선 올 상반기 두 기업의 화장품 사업이 고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시장의 매출 의존도는 높지만, 시장에서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후폭풍으로 국내 화장품업계는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이 줄면서 면세점 판매도 급감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이 국내 화장품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기업 모두 디지털 역량 강화, 해외 시장 다각화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단 구상이다. 앞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공통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 K-뷰티 '빅2'의 새해 경영 키워드는(1월3일)
LG생활건강은 단기적으론 라이브커머스 등 이커머스를, 중장기적으론 인공지능(AI)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미 시장 확장도 지속한다. LG생활건강은 '뉴에이본' 인수,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 확보 등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영역을 넓혀왔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적인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라네즈'를 신규 채널 세포라 앳 콜스에 입점시키고 '설화수'의 이커머스 플랫폼 진출을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ESG 경영도 강화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이동순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 부사장은 제품 생산과 포장재 개발 등의 경험을 가진 공급망 관리(SCM) 전문가다. 지난달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해 안전보건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자국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따이궁(보따리상) 규제도 강화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이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플랫폼을 다양하게 구축하거나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 등 새 활로를 찾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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