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업계 라이벌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공통적으로 '고객 중심'의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두 기업 모두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세부적인 전략은 다르다. LG생활건강은 세계적인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북미 시장 확장을 선언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일상 전반을 포괄하는 '라이프 뷰티(Life Beauty)'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2022년 키워드, '고객' 그리고 '디지털' 전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회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각오를 밝혔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대표주자인 두 기업의 수장이 전한 신년사의 공통 키워드는 '고객 중심 경영'이다.
차 부회장은 "2022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고 동시에 경제정상화로 가는 마지막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해 고객가치에 집중하고 모든 고민과 실천이 고객가치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 역시 "새 시대 고객이 원하는 뉴 뷰티(New Beauty)를 선보일 것"이라면서 "이 모든 도전의 근간은 고객과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객 중심 경영을 위한 전략으로는 두 기업 모두 '디지털' 역량 강화를 꼽았다.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고객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차 부회장은 "글로벌 경제에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디지털 시장에서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고객 데이터를 더 면밀히 분석해 트렌드를 읽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MZ세대가 즐겨 찾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의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고객 접점에서의 대응력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처방 개발로 제품 품질을 향상하는 등 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도 "디지털 세상 속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MZ세대 고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강한 팬덤을 구축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방문판매 등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맞춤형·비대면 솔루션 등 미래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LG생건 '명품' vs 아모레 '라이프'
다만 세부적으로 두 기업이 추구하는 경영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글로벌 '명품' 뷰티 기업, 일상 전반을 포괄하는 '라이프' 뷰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명품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차 부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고객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을 강화하고 채널 면에서는 오프라인 리테일러와의 관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가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성장을 견인할 엔진 상품의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더마(Derma)와 웰니스(Wellness) 등 비즈니스도 확장도 계획 중이다.
서 회장은 "우리가 선보일 뉴 뷰티는 모든 존재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며 그 잠재력에 주목하는 아름다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전통적 뷰티의 영역을 넘어 일상 전반을 포괄하는 라이프 뷰티로 업(業)을 확장하고 디지털 기술로 개개인에 맞춘 최적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통해 뷰티업계 '트렌드 세터'로
차 부회장은 신년사를 마무리하며 중국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시 구절 중 '춘강수난압선지(春江水暖鴨先知)'를 인용했다. 기민하게 트렌드를 파악해 고객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오리가 추운 겨울에도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 강물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봄을 읽듯이, 고객의 변화 트렌드에 발을 담그고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해야 가장 살찐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면서 "고객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고객에 맞는 제품으로 차별화하여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동적인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미래는 과거의 경험이 아닌, 오늘의 열망(Aspiration)이 만드는 것임을 늘 기억하자"며 "아모레퍼시픽은 명실상부한 브랜드 컴퍼니가 돼야 하고 비즈니스는 고객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조직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그동안의 관성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