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국내 뷰티 업계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양사 모두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은 면세 사업에서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한 성과를 거두며 수익성 하락을 막았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1년 6개월 만에 다시 적자를 냈다. 업계에선 온라인 전환과 북미 시장 확대가 중국 의존도를 낮출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봉쇄 '타격'… 나란히 실적 악화
LG생활건강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627억원, 영업이익 21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9%, 35.5% 줄어든 수치다. 지난 3월 말부터 강화된 중국 정부의 봉쇄 정책으로 중국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지난 1분기와 비교했을 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2%, 23.4% 개선됐다. 뷰티 사업의 성장 덕분이다. 뷰티 사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위축됐지만, 1분기 이후부터 회복하는 추세다. 2분기 뷰티 사업 매출은 지난 1분기보다 21.9% 상승한 85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933억원으로, 1분기보다 35.2% 증가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후'의 인기가 이어지면서 타격이 줄었다. 회사 측은 "후 브랜드가 상반기 중국 최대 행사인 6.18 쇼핑 축제에서 더우인과 콰이쇼우 플랫폼 내 뷰티 매출 1위를 달성했다"면서 "여기에 가격 원칙을 지키면서도 매출 회복세를 보여 지난 1분기 대비 36% 성장, 전년 대비 역성장 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의 타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지난 2분기 109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2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도 2분기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94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줄었다.
2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뷰티 사업 매출은 9619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보다 16%가량 줄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사업의 실적 하락 폭이 컸다. 2분기 해외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감소한 2972억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온라인 채널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중국 봉쇄로 면세 채널이 부진하면서 전체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면세 사업'이 희비 갈랐다
두 업체의 희비를 가른 건 '면세 사업'이었다. 면세 사업은 대표적인 고마진 사업으로 꼽힌다. 이 중 온라인 면세 사업은 고정비가 들지 않아 다른 채널보다 수익성이 높다. 2분기 LG생활건강의 면세 사업 매출은 33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68% 역성장했던 지난 1분기와 달리, 2분기엔 32% 정도로 역성장 폭을 줄였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과 면세점 모두 최고급 라인인 '더 후 천기단' 브랜드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2분기 면세 사업 내 할인 정책을 변경했다고 해도 다른 채널보단 압도적으로 마진율이 높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지난 1분기보다 개선됐고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감소 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면세 사업 매출은 14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지난 1분기보다 20% 감소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를 필두로 펼치고 있는 '원차이나'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원차이나는 중국 지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각국에 사는 모든 중국 소비자의 소비를 묶어 이커머스 등에서 통합 관리하는 정책이다. 업계에선 수익성 개선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면세 사업에서 '설화수 윤조' 등 중급 라인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경영주기 변경과 함께 올해 원차이나 전략과 중국 내 수익성 강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설화수 브랜드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설화수 브랜드 중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면세 채널의 매출 회복은 더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의존도 낮춘다"…해법은 시장 다각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과제는 모두 '탈(脫)중국'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디지털 전환과 북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라이브커머스 등 이커머스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또 '뉴에이본'을 인수하고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확보하는 등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자체 브랜드를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시키며 새로운 거점을 마련했다. 올해 설화수는 아마존 등 신규 이커머스 채널에 입점했다. '라네즈'는 시드니 스위니와의 협해 여러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실제 2분기 아모레퍼시픽 북미 시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파리 등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보인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두 업체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북미나 유럽 시장의 사업 역시 초기 단계다. 결국 하반기도 중국 시장의 상황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완화되고 있지만 최근 다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