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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콘·구구콘 만났다"…롯데제과의 숙제는 

  • 2022.07.05(화) 06:50

롯데제과·푸드 합병…효율화 작업 '속도'
매출 3조원·국내 2위 식품 기업에 등극 
'화학적 결합'이 관건…'잡음' 최소화 숙제

이영구 롯데제과 통합법인 대표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친 '통합' 롯데제과가 지난 1일 출범했다.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했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제과는 매출 규모 4조원을 넘보는 종합식품기업이 됐다. CJ제일제당에 이어 국내 2위 규모다. 롯데제과는 향후 신사업에 대한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롯데제과의 국내외 영업망을 활용한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관건은 '화학적 결합'이다. 이를 성공시켜야만 향후 시너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간 중복됐던 사업과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이커머스 등 구매 채널을 일원화하는 것도 과제다. 생산·물류 라인 축소에 따른 직원 근무지 이동도 매끄럽게 이뤄져야 한다. 조직 간의 문화적 결합도 숙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왜 합쳤나

양사의 합병 배경은 수익 구조 개선에 있다. 유사 계열사를 묶어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제과는 빙과와 제빵, 건강기능식품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푸드도 빙과와 가정간편식(HMR), 육·유가공, 커피, 식자재, 급식 등이 주력 사업이다. 이 중 빙과 부분이 롯데제과와 중복돼 통합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롯데제과는 월드콘과 스크류바, 수박바 등이 대표 제품이다. 롯데푸드는 돼지바와 구구콘 등이 히트 상품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통합 법인의 지휘봉은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가 잡았다. 그는 2020년 말 롯데그룹 식품BU장과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겸임하다 지난해 11월 정기임원인사에서로 그룹 내 식품군(HQ)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과거에도 음료와 주류사업부문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던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의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룹 내에서 두 번째 '통합' 과제를 떠안았다.

통합 법인의 사명은 당분간 롯데제과를 쓰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제과와 푸드를 아우르는 새 이름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자산 규모는 단순 합산으로만 3조9400억원에 이른다. 매출 역시 3조7500억원이다. 현재 식품업계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 CJ제일제당(15조7444억원)과 동원F&B(3조4906억원), 대상(3조4700억원) 등이다. 

'사업 효율화' 등 시너지 기대

양사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사업 효율화'다.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연일 급등하고 있다. 밀과 유지류뿐 아니라 포장지에 쓰이는 부자재도 오름세다. 양사는 원료 통합 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통합 법인은 빙과사업의 중복된 생산·물류 라인을 축소에 나선다. 브랜드 통폐합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 

롯데제과 영등포 공장 / 사진=롯데제과

사실 물리적 통합만으로도 아이스크림 업계 1위 빙그레를 넘어설 수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은 해태(12.2%)를 포함한 빙그레(28.0%)가 합산점유율 40.2%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롯데제과(30.6%)와 롯데푸드(14.7%)의 합병으로 선두 자리가 바뀌게 됐다.

국내외 영업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롯데푸드는 롯데제과의 B2C 영업망을 통해 최근 급성장 중인 HMR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롯데푸드의 해외 진출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의 4배에 달하는 70여 개국, 200여 개의 거래선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분유, 가정간편식, 실버 푸드까지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관건은 '화학적 결합'

관건은 양사의 화학적 결합이다. 이를 위해선 조직 통합에 따른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산 시설이 줄어드는 만큼 근무지를 이동해야 하는 직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법인은 빙과 생산 거점을 양산과 천안 두 곳만 남길 예정이다. 현재 롯데제과의 빙과 공장은 영등포, 대전, 양산 등 세 곳이다. 롯데푸드는 천안 뿐이다. 총 4개의 빙과 공장이 두 곳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영업 조직 통폐합도 진행한다. 통합 법인은 빙과부문의 경우 롯데제과(33개)와 롯데푸드(30개)의 영업소를 순차적으로 43개로 줄일 계획이다. 불가피하게 직무가 바뀌는 직원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양사 간 임금 격차도 문제다. 조직 간 문화적 결합도 숙제다. 앞서 롯데주류를 통합했던 롯데칠성음료도 여전히 문화적 결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관건은 통합과정에서 '잡음'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하지만 유기적 합병에 성공한다면 그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조대림은 지난 2019년 사조해표를 흡수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합병 첫해부터 꾸준히 증가해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1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급증했다. 사조대림은 올해 초 사조에프에스까지 합병하며 경영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를 타개해 나가려는 조치"라며 "영업 인프라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양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합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차적으로 조직 등 양사의 통합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생산 공장 축소에 따른 직원들의 재배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해고 등이 따르는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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