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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양부터 스프 넣는 순서까지…라면 조리법의 비밀

  • 2022.09.25(일) 10:05

[생활의 발견]조리법 제각각 라면
각 라면 특성 따라 조리법 바뀌어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최적 비법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죠. 하지만 밥심 대신 라면심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 만큼 한국 사람들은 라면을 많이 먹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나는데요.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 순위에서 한국은 73개로 베트남(87개)에 이은 2위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까지는 1위를 놓치지 않았죠. 베트남 라면이 개당 60g 안팎의 작은 라면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아직도 우리가 1위"라고 주장하고 싶기도 합니다.

많이 먹으면 잘 알게 되죠. 라면도 못 끓이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겁니다. 물을 올리고, 물이 끓으면 스프와 면을 넣고, 적당히 익으면 먹으면 됩니다. 참 쉽죠? 라면 조리법이 너무 쉽다 보니 사람들은 라면을 끓일 때 조리법을 제대로 보지도 않습니다. 물도 적당히 감으로 넣죠. 물론 그래도 맛이 있는 게 라면의 마법입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물을 500ml로 통일하면 편할 텐데 왜 어떤 라면은 550ml일까. 건더기 스프와 유성 스프는 왜 넣는 타이밍이 제각각일까. 스프부터 넣고 물을 끓이는 게 낫지 않을까. 라면을 만든 사람들이 적어 낸 조리법에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라면 마스터들은 왜 이런 조리법을 추천했는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우선 가장 기본적인 라면 조리법을 알아볼까요. 한국에서 라면의 왕은 누가 뭐래도 신라면입니다. 국내에서만 연매출 4000억원 이상을 올립니다. 신라면을 제외하면 연매출이 2000억원을 넘는 브랜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표 라면답게 조리법도 '왕도'를 따릅니다. 물은 550ml, 물이 끓으면 건더기스프와 분말스프를 넣고 면을 삶는 레시피입니다. 경쟁사들의 '기본 라면'인 삼양라면과 진라면도 레시피가 동일합니다. 너구리와 오동통면 등 우동류 라면의 경우 다른 조리법은 비슷하지만 면발이 굵어 면 삶는 시간이 1분 정도 깁니다. 

기본 조리법에서 물을 50ml 덜 넣는 500ml 레시피를 따르는 라면도 많습니다. 50ml라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전체 물 양의 10%나 됩니다. 눈대중으로 물을 재다간 틀리기 십상입니다. '라면 고수'들이 꼭 계량컵을 사용하길 권장하는 이유입니다. 오뚜기 열라면과 참깨라면이 대표적인 500ml 라면입니다. 팔도 틈새라면도 물을 500ml 넣도록 권장합니다. 이 라면들은 모두 맵고 얼큰한 맛이 강조되는 제품이죠. 그런 만큼 물을 50ml 줄여 조금 더 진한 맛을 내려는 의도입니다.

최근 건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농심은 신라면건면·라면왕 김통깨·신라면건면 두부김치 등 건면류에 500ml 레시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튀기지 않은 건면은 유탕면에 비해 면의 부피가 작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면을 익히는 데 필요한 물의 양도 적죠. 물이 적게 들어가는 만큼 국물의 양도 적어져 칼로리도 함께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비빔면 1위 팔도와 추격하는 농심 배홍동./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반대로 물을 더 넣는 라면들도 있습니다. 바로 비빔면류입니다. 어차피 면을 삶은 후 따라낼 물이지만 물이 너무 적으면 늦게 익어 면이 불고 물이 너무 많으면 끓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를 모두 고려한 적정 수량이 바로 '600ml'인 거죠.

볶음면류에 흔히 들어 있는 유성스프의 투입 타이밍도 제각각입니다. 짜파게티류의 짜장라면에 들어가는 유성스프는 대부분 조리가 끝난 뒤 유성스프를 넣고 비벼 먹게 돼 있지만 신라면건면이나 김통깨는 면과 스프를 넣을 때 유성스프를 함께 넣으라고 알려줍니다. 

농심에 따르면 유성스프를 면·분말스프와 함께 넣는 건 주로 건면의 경우입니다. 건면과 국물이 기름과 어우러지면서 맛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짬뽕을 만들 때 채소와 해물 등을 기름에 먼저 볶아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반대로 짜파게티처럼 조리 마지막 부분에 유성스프를 넣을 때는 조미유의 풍미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짜파게티에 넣는 올리브유, 비빔국수에 넣는 참기름은 열을 받으면 특유의 향이 날아가죠. 이 풍미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에 넣는 겁니다. 유성스프를 마지막에 넣을 경우 면에 윤기가 돌아 더 맛있게 보인다는 장점도 있죠. 

짜장라면 부동의 1위 농심 짜파게티./사진제공=농심

짜장라면은 제조사마다 레시피가 갈리는 대표적인 라면입니다. 제조법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라 다양한 레시피가 인터넷을 떠돌며 '비법'으로 전수되고 있죠. 

농심의 경우 분말스프+유성스프 구성을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액상스프보다 분말스프의 보관력이 좋고 맛의 균일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물을 지나치게 많이 따라내면 분말스프가 뭉쳐 잘 비벼지지 않는 단점도 있죠. 

오뚜기는 '북경반점' 시절부터 물을 끓일 때 건더기 스프를 함께 넣고 끓이는 레시피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레시피는 진짜장·진짬뽕은 물론 최신작인 '짜슐랭'에도 적용됐죠. 건더기 스프를 미리 넣어 채수를 우려내 그 채수에 면을 삶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건더기스프를 미리 넣고 물을 끓이면 물 색깔이 노랗게 변하죠. 

삼양식품도 '짜짜로니'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조리법이 있습니다. 바로 '볶음'입니다. 면을 삶고 물을 버린 후 소스를 넣고 바로 비벼 먹는 농심·오뚜기와 달리 소스를 넣은 후 다시 불 위에 올려 소스와 면을 한 차례 볶아내는 겁니다. 불닭볶음면·간짬뽕 등 삼양식품의 국물 없는 라면류는 모두 이 '볶음'과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스를 살짝 태워 불맛을 입히고 면에도 소스가 더 잘 배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다만 이 기법은 조리 과정에 조금만 오차가 있어도 냄비가 타거나 면이 불어 들러붙기 쉽습니다. 제대로 볶아냈을 경우 맛은 보장하지만 조리 난이도가 높아지는 셈이죠. 다른 라면 제조사들이 '볶는' 과정을 조리법에서 빼는 이유도 조리 실패 우려 때문입니다. 

오뚜기의 신제품 짜장라면 '짜슐랭'./사진=오뚜기 유튜브

최근 출시된 오뚜기의 '짜슐랭' 조리법에서도 이런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짜슐랭은 물을 버리지 않고 짜장라면을 만드는 '복작복작' 조리법을 택한 라면인데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맛있는 짜장라면 끓이는 법'을 차용한 제품입니다. 물을 400ml만 잡아 면수를 진하게 내고 남기는 물의 양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게 맛의 포인트죠.

다만 인터넷 레시피와는 한 부분이 다른데, 바로 짜장스프를 넣는 타이밍입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레시피가 면을 넣을 때 짜장스프를 함께 넣어 면에 짜장의 맛이 쏙 배게 하는데요. 짜슐랭은 물 양은 줄이면서도 스프는 조리가 끝난 뒤 넣고 비비도록 제안합니다. 짜장스프를 면과 함께 넣고 끓이면 국물의 점성이 진해져 면과 국물이 냄비에 들러붙을 수 있기 때문이죠. 조리 편의성을 더 고민한 예시입니다.

반대 케이스도 있습니다. 농심 짜파게티의 미국 버전은 '짜슐랭' 방식으로 조리하도록 안내가 돼 있습니다. 면을 익힌 후 물을 버리는 게 익숙하지 않은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방법이죠. '요알못'도 실패하지 않는 조리법을 만드는 게 이렇게 까다롭습니다. 

둘 중에 뭐가 더 맛있냐구요? 농심 관계자는 "국내 제품도 해외 레시피로 조리할 수 있지만, 제품 고유의 맛과 풍미를 즐기기에는 국내 레시피가 더 적합하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넷에 무수한 '비법'들이 인기를 얻는 걸 보면 라면 봉지에 적힌 조리법이 이 라면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끓이는 법'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라면을 '가장 실패 없이 간편하게 끓이는 법'쯤은 될 겁니다. 무작정 권장 조리법을 따르거나 거부하기보다는, 한 번 쯤 왜 이 라면의 조리법을 이렇게 정했을까 고민해 보고 내 입맛에 맞는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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