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관광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여행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주요 여행지였던 만큼 업계에 활기가 돌 수 있다는 기대다. 업계는 해외여행 침체로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엔데믹도 기대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고환율, 고물가에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반면 일본은 '엔저(円低)'다. 거리도 가장 까깝다. 10월 황금연휴도 있다.
업계의 일본 여행 기선 잡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의 중요성이 큰 상황이다. 달러권은 고환율의 여파가 거세다. 중국은 아직도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일관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사그라들지 않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는 리스크다. 아직 국민들 반일 감정은 여전하다. 한일 관계가 정상화된 상황도 아니다.
'빗장' 푼 일본
일본 정부는 오는 11일부터 외국인 무비자 일본 입국을 재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6개월여 만이다. 한국을 포함한 70여 국가가 대상이다. 개별 여행도 허용한다. 기존에는 가이드 동반 단체여행만 입국할 수 있었다. 입국자 5만명 제한 상한선도 폐지한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입국을 허용하는 셈이다. 자국 내 관광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일본 무비자 여행 소식에 여행 예약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9월 1~22일까지 하나투어의 일평균 일본 여행 예약률은 전월 동기 대비 1268%나 급증했다. 모두투어 역시 같은 기간 일본 여행 여행 예약률이 전월 동기 대비 2400% 뛰었다. 단체 패키지 여행 수요도 상승세다. 노랑풍선은 9월 1일~20일까지 2박 3일 오사카 패키지 상품 예약률은 전월 동기 대비 1200% 증가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빗장 해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여행은 국가 간 '호혜주의' 성격이 큰 영역이다. 상호 교류가 자유로워야 이익이 커지는 시장이다. 한 국가만 빗장을 해제해서는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대만, 홍콩, 태국, 베트남 등이 입국 문턱을 없애거나 낮추고 있다. 강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도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분주한 여행업계
여행업계도 분주해졌다. 일본 관련 상품을 재정비하고 마케팅 전에 돌입했다. 하나투어는 단풍 시즌 수요를 겨냥 '기다렸던 일본여행' 기획전을 선보였다. 모두투어 역시 2030세대를 겨냥한 상품 기획과 출시를 계획 중이다. 항공사와도 항공 공급석 확대를 위해 논의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교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도 10월 연휴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사실 일본 여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제로'의 영역이었다. 2019년 한일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였다. 다만 업계에선 일본 여행에 대한 갈증이 엔데믹으로 터져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2018년 일본 방문객 수는 연 700만명을 웃돌았다. 2018년 한국은 일본 방문 여행객 국가별 비중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일본 여행 시장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제2의 일본 여행 호황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나온다.
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운항을 대폭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11일부터 인천~나리타·인천~오사카를 기존 주 7회 운항에서 주 14회로 증편한다. 아시아나항공도 다음 달 30일부터 인천∼나리타를 주 10회에서 12회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말이면 일본 노선 운항률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40%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증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선'을 잡아라
현재 여행업계에게 일본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고환율로 달러권 국가의 여행 수요 회복은 생각보다 더디다. 현재 달러/원 환율은 현재 1400원을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리스크가 큰 만큼 고환율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낮아진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입국조차 쉽지 않다.
일본이 업계의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여행업계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실상 '제로 베이스' 상태였다. 상위업체부터 하위업체까지 모두 '절벽'을 맛봤다. 모두가 출발선이 같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유럽 여행은 고물가에 톡톡한 엔데믹 특수를 노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여행은 다르다. 업계의 ‘기선'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여행사가 일본 여행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관건은 아직 남아있는 일본 불매운동 등의 여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61만1867명이었던 일본행 한국인 출국자 수는 12월 24만795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 불매운동이 결정타였다. 다만 최근부터 일본 맥주·의류 제품의 판매량은 회복세다. 반일 감정이 이전보다는 사그라든 분위기다. 그럼에도 '반일'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업계의 잠재적 리스크다. 이외에도 아직 항공사의 일본 항공편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부터 일본 여행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는 2018년 일본 여행 수요의 절반 수분으로 회복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무비자 입국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아직 한일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고, 반일 감정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