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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로마에서 '파리' 바게뜨 통한다"

  • 2024.03.26(화) 14:00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 인터뷰
"이탈리아서 파리바게뜨 성공 가능성"
정통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강점 키운다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최근 몇 년간 국내보다 해외 시장 공략에 더 공을 들여 왔다. 이미 500개 이상의 매장이 10여 개국에 자리잡으면서 K-베이커리의 대표 주자로 사랑받고 있다. 다만 '빵'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다. 유럽식 베이커리 전문점이라는 콘셉트가 진짜 유럽에서는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프랑스와 영국 등 2개국에 7개 매장을 세운 게 전부다. 

그럼에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본토 공략' 의지는 확고하다. 이번엔 국내 사업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와 함께 이탈리아 진출을 선언했다. SPC는 그간 파스쿠찌의 한국 사업을 맡아 왔다. 최근엔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 출신 커피전문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2030의 트렌드인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를 내세운 매장을 늘리고 있다.

전 국민이 미식가라는 이탈리아에서 한국 브랜드가 만든 프랑스식 베이커리가 성공할 수 있을까. 대형 프랜차이즈가 개인점 중심의 '에스프레소 바' 트렌드에 올라탈 수는 있을까.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상륙을 지휘할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을 만나 빵에서부터 커피까지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나눠 봤다.

한국인이 만든 파리식 빵, 로마에서 먹는다

로마와 파리는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다. 항공편으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일본 도쿄 정도의 느낌이다. 하지만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한국·일본과 달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럼에도 로마에서 맛있는 프랑스식 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점포 강세인 유럽의 베이커리 시장의 특성때문이다. 밀라노 빵 맛집은 밀라노에만 있다. 파리의 맛있는 빵을 찾으려면 파리까지 가야 한다. 

파스쿠찌 회장이 국내 기준 3000개가 넘는 매장에서 매일 균일한 품질의 빵을 선보이는 파리바게뜨의 '센트럴 키친' 모델에서 가능성을 본 이유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물 빵'도 의미가 있지만 전국 어디서나 고품질의 베이커리를 공급할 수 있다면 현지 브랜드와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파리바게뜨는 높은 품질을 가진 빵을 만드는 것은 물론, 그 레벨이 표준화돼 있고 중앙에서 컨트롤하는 모델이 갖춰져 있다"며 "이탈리아에는 아직 이런 서비스 모델이 없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식의 나라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파리'의 간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미 프랑스 파리에 진출할 때 한 차례 겪은 우려다. 지금 파리 5개 매장은 현지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이탈리아 공략 역시 중요한 건 '맛'이라는 설명이다. 

파스쿠찌 회장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식가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크라상이나 바게트가 맛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SPC와 허영인 회장은 이런 프랑스식 바게트나 크라상을 프랜차이즈로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3대째' 커피 장인이 말하는 'K-커피'

파리바게뜨를 이탈리아에 진출시키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마리오 파스쿠찌의 '본업'은 역시 커피다. 파스쿠찌 회장에게 커피는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업이다. 그 중에도 한국 시장은 특별하다. 글로벌 600여 개 매장 중 500개가 한국에 밀집해 있다. 본토 이탈리아를 넘어선 최대 시장이다. 파스쿠찌 회장이 한국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세는 다소 주춤한 편이다. 정통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를 내세우는 전략이 '아메리카노 공화국'에서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파스쿠찌 회장은 파스쿠찌의 강점인 '에스프레소'가 빛을 발할 기회가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에스프레소 바 문화가 활성화하고 있는 만큼 파스쿠찌에 대한 평가도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파스쿠찌의 원두를 공급받는 카페가 전세계에 1만5000개 이상이다. 파스쿠찌의 에스프레소 맛은 검증됐다는 의미"라며 "한국 파스쿠찌의 맛은 이탈리아와 완전히 동일한, 높은 수준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파스쿠찌에서도 다양한 구성의 에스프레소 세트 메뉴를 제공하는 등 대중들이 에스프레소와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갈 것"이라면서 "간편하면서도 커피의 맛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의 장점,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포인트 등을 살린 마케팅으로 국내 에스프레소 마니아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커피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공정무역에 대해서도 파스쿠찌의 역할을 강조했다.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닌, 커피 원두의 생산에서부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파스쿠찌의 경영 철학이 소비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스쿠찌 회장은 "대부분의 커피 농장은 빈곤국가에 자리잡고 있다"며 "이들이 원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제공하고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다른 나라에도 전파하는 역할을 파스쿠찌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 허 회장의 리더십을 통해 파스쿠찌가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양사 간 협력이 한국·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 기념과 우호증진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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