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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원두인데…커피 맛은 왜 다를까

  • 2024.04.07(일) 13:00

[생활의발견]커피 맛과 추출법
추출법에 따라 커피 맛 천차만별
취향에 맞는 방법 찾는 재미도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똑같은 커피는 없다

하루에 커피 몇 잔 드시나요? 저는 오전에 업무 시작 전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본격적으로 일을 마무리해야 할 때 한 잔 해서 최소 3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보통 에스프레소 투샷이 들어가니, 하루에 최소 6샷을 마시고 있는 거군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367잔이라고 하는데요. 하루 한 잔을 꼬박꼬박 마시는 셈입니다. 이 중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거나 가끔 마시는 사람도 있을 테니 '나는 커피를 마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평균 섭취량은 더 많겠죠.

에스프레소 머신/그래픽=비즈워치

이렇게 커피를 여러 잔 마신다고 해도 그 커피가 다 같은 커피는 아닐 겁니다. 누구는 맥심 모카골드를, 누구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겠죠. 집에서는 또 카누 같은 스틱커피와 캡슐머신 커피 등으로 갈립니다. 저만 해도 아침에는 네스프레소 버츄오 캡슐을 내리거나 프렌치프레스로 추출해 마시고 점심과 오후엔 대형 커피전문점을 주로 찾습니다. 주말에는 집 근처 개인 카페를 방문하죠.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시다 보니, 참 커피 맛도 천차만별입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면서도 개성이 있습니다. 원두가 달라서 맛이 다르다는 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맛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추출법을 바꾸는 거죠. 똑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집니다. 집에 드리퍼부터 프렌치프레스, 캡슐머신까지 다 있어도 버릴 게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커피 추출법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원두를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어떻게 바뀌는 지, 어떤 추출법이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백가지 추출법에 백가지 맛

추출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원두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추출법에 따라 그라인딩을 다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죠.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는 원두를 0.3㎜ 정도로 곱게 갈지만 핸드드립 추출을 할 때는 0.7~1㎜ 정도로 굵게 갈아야 합니다. 핸드드립은 물과 원두가 만나는 시간이 깁니다. 원두를 굵게 갈아 원두의 성분이 천천히 우러나게 하는 거죠. 핸드드립보다 물과 원두가 만나는 시간이 긴 프렌치 프레스는 1.5㎜ 정도로 굵게 갈아야 합니다.

원두를 갈았다면 이제 추출을 해야겠죠. 커피 추출법은 사실 셀 수 없을만큼 다양한데요.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대중적 방식만 이야기해보면 △원두에 물을 넣고 우려내는 '침출식' △원두를 갈고 필터를 통해 걸러내는 '여과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는 '가압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침출식은 말 그대로 물에 원두를 넣고 오랫동안 놔둬 자연스럽게 맛이 우러나게 하는 방식입니다. 커다란 냄비에 원두가루와 물을 넣고 팔팔 끓인 뒤 가루를 가라앉힌 후 떠서 마시면, 그게 바로 침출식 커피죠. 프렌치 프레스가 대표적입니다. 가루만 걸러내는 수준이다 보니 본래 원두가 가진 맛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해보니 원두를 갈아서 그 날 마셨을 때와 열흘 후에 마지막 한 줌을 내렸을 때의 차이는 컸습니다.

여과식 추출 중 하나인 케멕스 방식으로 내리는 커피/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

여과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드립 커피'입니다. 거름종이나 여과기를 써서 액체 속에 들어 있는 침전물이나 입자를 걸러 내는 방식으로 깔끔한 맛과 풍미의 커피가 추출됩니다. 이게 또 복잡한 것이 드리퍼나 여과망을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종이 필터의 경우 원두에서 나오는 유분(커피오일)이나 미분(미세한 커피가루)을 잘 걸러 줘 가장 깔끔한 맛이 납니다. 천을 사용하는 융 드립은 상대적으로 커피오일이 여과되지 않고 남아 있어 바디감 있는 맛을 냅니다. 스테인리스 필터의 경우 세척 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유분이나 미분을 걸러내지 않아 '맛이 탁하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필터의 두께와 추출구의 크기에 따라서도 맛이 바뀝니다. 같은 드립 방식이지만 필터가 두껍고 추출구가 작은 '케멕스' 방식은 물이 원두를 거쳐 내려가는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려 커피가 진하게 추출되는 편입니다. 필터가 유분과 미분을 잘 걸러줘 깔끔하면서도 물이 원두를 오래 머금어 진한 맛이 특징입니다.

대세는 '가압식'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대형 커피전문점이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커피를 만듭니다. 고온 고압을 이용해 25초 이내로 성분을 추출, 농축된 커피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등장이 커피를 '음료의 왕'으로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그 어떤 커피보다 진하고 선명한 맛을 내죠. 저렴하게는 수십만원에서 비싼 건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계로 내리는 만큼 맛이 일정한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싼 머신을 집에 두기는 어렵겠죠? 집에서도 간편하게 가압식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모카포트를 이용하는 겁니다. 모카포트는 각진 주전자처럼 생긴 추출도구인데요. 맨 아래칸(보일러)에 물을 넣고, 중간 필터에 커피를 넣은 후 팔팔 끓이면 윗층에 진한 커피가 추출됩니다. 

커피전문점 파스쿠찌의 이탈리아 콘셉트 특화 매장에서 바리스타 에디(가운데)가 모카포트 커피 추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얼핏 보면 여과식 커피와 비슷해 보이지만 물을 끓이면서 생기는 증기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가압식 커피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만큼의 고압은 아니어서 에스프레소보다는 부드럽고 드립 커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진한 맛을 뽑아냅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추출법이 있습니다. 모카포트처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가압식 추출기인 '에어로프레스', 80~90년대 가정에 한 대씩은 있던 침출식 머신 '커피메이커'도 있죠. 추출법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구요? 어떻게 마셔야 할 지 고민이 된다구요. 내가 좋아하는 맛을 낼 수 있는 추출법을 찾는 것도 커피를 마시는 재미가 아닐까요. 이번 주말에는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드셔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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