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올 가을은 유독 기온이 높았습니다. 낮 기온이 20도에 달할 정도로 따뜻했는데요.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올 겨울은 라니냐(태평양 수온이 낮아져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오는 현상)에 의한 한파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겨울철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체온 저하'입니다. 인체의 정상 체온(36.5~37.5℃)에서 1℃만 떨어져도 대사 능력은 12%, 면역력은 30%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 몸이 마치 영하의 날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처럼 돼버리는 것이죠.
체온이 낮아지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우리 몸 속 청소부 역할을 하는 백혈구들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게다가 혈액 속 지방과 당, 노폐물은 마치 겨울잠을 자듯 그대로 쌓이기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 살이 더 찌기 쉽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나에게 알맞는 내복 찾는 방법과 함께 과거 내복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들을 곁들여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내복 = 몸에 걸치는 이글루
내복을 입으면 정말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내복을 입었을 때 체감 온도가 3℃ 올라가는 것이 열화상 카메라로 확인됐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공기'에 있었습니다.
내복을 입었을 때 내복과 우리 몸 사이에 보온병의 진공층처럼 따뜻한 공기층이 생기는데요. 이 공기층은 우리 몸을 감싸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눈이 쌓인 이글루 안이 따뜻한 것처럼요. 실제로 옷감 부피의 60~90%는 공기가 차지한다고 하니, 내복은 우리 몸을 위한 작은 이글루라 할 수 있습니다.
소재 역시 중요합니다. 영하 64℃의 시베리아에서는 내복을 입더라도 면 소재 내복은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면은 땀을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배출하지 않아 오히려 체온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시베리아에서는 울 소재나 특수 기능성 소재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발열내의 입어도 안 따뜻한데요?
따뜻하다고 해서 발열내의를 사 입었는데 따뜻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들 있을 겁니다. 그건 해당 섬유의 원리가 나와 맞지 않아서 그럴 수 있는데요. 주요 발열 내의 섬유의 종류로는 △흡습발열 △신체열 반사 △흡광축열 등이 있습니다. 발열내의들 소재는 대부분 레이온, 폴리우리탄, 폴리에스터, 아크릴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먼저 흡습발열 방식에 대해 알아볼까요. 흡습발열 원리인 내의 브랜드는 유니클로 '히트텍', 탑텐 '온에어', 스파오 '웜테크' 등이 있습니다. 흡습발열 섬유의 원리는 몸에서 발생하는 땀이나 수증기를 흡착해 액체로 바꿔줍니다. 이때 수분이 섬유에 달라붙으면서 흡착열이 발생합니다. 동시에 기체에서 액체로 상태 변화가 일어나면서 응축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몸의 수분을 흡수해 열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 땀이 많지 않거나 몸이 많이 건조한 편이라면 따뜻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평소에 땀이 많은 편이라면 흡습발열 섬유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는 신체열 반사를 이용한 섬유입니다. 이 섬유는 열이 다시 빠져나가는 것을 다시 반사시켜 열을 보존하는 원리입니다. 신체에서 발생하는 복사열(방사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섬유의 미세기공, 알루미늄 두 층을 두고 인체에서 방사된 열을 다시 반사하게 만듭니다.
이때 생긴 미세한 공기층이 열 손실을 막아 보온효과를 한층 높이는 데요. 어디에 있든 쾌적한 상태가 중요하다 싶으면 복사열 반사 섬유를 고르시면 좋겠죠.
또 태양열에너지를 축적하고 이를 재방사해서 온도를 상승시키는 원리를 가진 흡광축열 섬유가 있습니다. 탄화지르코늄, 산화지르코늄 등의 물질을 섬유 사이에 넣어 특수 섬유를 제작합니다.
신소재 충전재로는 솔라볼 등이 있습니다. 솔라볼은 특수 개발된 나노 케미컬 입자가 태양광을 받으면 서로 충돌해 자체 발열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빛이 없는 실내와 야간에는 인체의 원적외선을 증폭시켜 따뜻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추운 날 야외활동을 해야 할 때 입으면 체온 유지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첫 월급 부모님 선물 불문율 '빨간 내복'
1980년대까지만 해도 월급날 인기 효도 선물은 '빨간 내복'이었습니다. 당시 내복 한 벌 가격이 직장인 월급의 10%에 달할 만큼 만만치 않은 값이었죠. 그렇지만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하는 건 불문율이었습니다.
특히 1960년대는 우리 주거 문화에서 웃풍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전통가옥이나 단독주택에선 외부 찬바람이 방 안까지 스며들었고, 방 안에서도 옷을 몇 겹씩 껴입어야 겨울을 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일론 소재의 내복 등장은 그야말로 혁신이었습니다. 여러 겹 입어 뚱뚱해 보이거나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으면서도, 얇고 가볍게 체온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내복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입니다. 나일론 소재가 도입되면서 내복 생산이 활발해졌습니다. BYC, 쌍방울, 남영비비안 등의 국내 속옷 제조기업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걸쳐 내복을 생산하며 국내 내복 시장을 키워갔습니다.
그 당시 천연 염색 기술로는 새로 나온 합성 섬유인 나일론 섬유에 다른 색을 넣으려고 하면 색을 제대로 입힐 수 없었는데요. 그런데 빨간색은 염색이 잘 될 뿐 아니라 세탁 후 물빠짐도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빨간색은 행운을 상징한다는 믿음과 잡귀를 쫓는다는 미신까지 더해져 전국민의 필수품이 됐습니다.
이렇게 국민 필수품이었던 내복의 위상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보급과 함께 현대식 보일러가 널리 퍼지면서입니다. 이후 2010년대 후반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능성을 갖춘 '발열내의'가 등장한 건데요. 블랙, 그레이, 스킨 컬러 등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았습니다.
이제 내복의 가격도 과거와 달리 가성비를 갖췄습니다.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인 스파오는 발열내의 웜테크 가격을 특히 15년 전 출시가보다 인하했습니다. 2009년 첫 출시 때 1만2900원이었다면 15년이 지난 현재 99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생산 담당자들이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날아다니며 20여 곳의 공장을 찾아다닌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입니다. 스파오는 여성들의 니즈를 반영해 캐미솔과 속바지 형태의 발열 이너웨어까지 선보였습니다. 다이소는 이지웜이라는 발열내의를 5000원에 판매하고 있고요.
이처럼 내복도 시대가 지나면서 기능도 발전하고, 가성비도 높아졌습니다. 연령을 가리지 않고 접근성도 더해졌고요. 지금까지 내복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봤는데요.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옷을 따뜻하게 잘 챙겨입으셔서 건강한 겨울 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