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을 대신할 시장으로 일본을 낙점,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 가장 큰 고객이었던 중국으로의 수출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자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 일본에서는 국내 색조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일본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본격 공략
클리오는 최근 일본 화장품 판매업체 '두원'을 인수했다. 두원은 2013년부터 클리오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페리페라를 일본 시장에 공급한 업체다. 클리오는 일본 화장품 시장 유통과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사업 매출을 늘리기 위해 두원을 사들였다. 인수가는 70억원이다.
클리오는 화장품 수입 대행업체 키와미도 13억원에 인수했다. 키와미가 일본 화장품 제조판매업 허가를 보유하고 있어 일본 내에서 안정적인 판매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클리오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일본법인을 정식으로 설립한다. 클리오는 이미 일본 전국 드럭스토어에서 클리오, 페리페라, 구달 등 주요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번 일본법인 설립을 통해 중장기적인 매출 확대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헤라와 에스트라를 일본에 론칭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자사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5월 31일까지 약 5주에 걸쳐 대형 프로모션 행사 '아모레퍼시픽 페스티벌'을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행사다. 일본 주요 도시의 잡화점 '로프트' 매장 10곳에서 아모레퍼시픽의 11개 브랜드를 소개한다. 올해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라네즈 등 이미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 외에도 비레디, 롱테이크, 퍼즐우드, 아이오페 등 미진출 브랜드까지 선보인다.
애경산업은 최근 에이지투웨니스(AGE20'S)의 대표 스테디셀러 '에센스 팩트'를 일본에 맞춰 현지화한 제품인 '베일 누디 에센스 팩트 글로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을 알리기 위해 이달 초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제품 설명회도 가졌다. 애경산업은 이 제품을 일본 드럭스토어와 쇼핑몰에서 선보인 후 유통망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지는 중국 뜨는 일본
이처럼 화장품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그간 K뷰티의 '큰손'이었던 중국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수출 국가 다변화가 필요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한국 화장품, 특히 색조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일본으로의 수출도 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8억606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8%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고치다. 대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27억8494만 달러로 여전히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전년과 비교하면 22.9% 줄었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 비중은 감소세다. 한국무역협회의 'K-뷰티 수출현황 및 신규 유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화장품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2.8%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45.1%, 2023년 32.7%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 1분기에는 26.7%에 불과했다.
중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에는 1위였으나 지난해에는 프랑스와 일본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소비 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과 함께 한한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체 대일 수출이 감소한 것과 달리 화장품 수출만 증가했다. 일본 화장품 수입시장에서도 한국은 2022년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점유율 21.6%를 기록, 2위인 프랑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특히 인기가 있는 제품은 색조 제품이다.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한국 기초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색조화장품 수출액 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다. 실제로 입술화장품은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176.5% 늘었고, 메이크업용 제품 수출액도 19.8%나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젊은 소비자들이 한국 색조 화장품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들이 나이가 들어 소비력이 커질 때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