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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빙그레, 장·차남 구설수에 승계계획 꼬였다

  • 2024.10.16(수) 14:45

장남 김동환, 경찰 폭행 혐의로 재판
차남 김동만, '시밤바' 마케팅 논란
계열사 '제때'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대표 '착한 기업'으로 불리는 빙그레가 오너 일가의 잇단 구설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력한 승계 후보인 장남 김동환 사장은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차남 김동만 본부장이 몸담고 있는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비속어 마케팅 여파에 대표가 경질됐다. 최근엔 3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승계의 키로 지목된 계열사 '제때'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등 악재가 겹친 상태다. 

'김구 손녀사위' 기업이 어쩌다

빙그레는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순우리말로 사명을 지었다는 점과 '바나나맛우유'·'투게더' 등 가족 타깃의 제품이 주력이라는 점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다양한 독립유공자 후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호감의 이유가 됐다. 

실제로 빙그레는 1993년 김구 재단을 설립하고 김구 선생과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 왔다. 대표 제품인 투게더의 수익금 일부를 독립유공자·국가유공자의 후손을 돕기 위해 사용하거나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빙그레의 이미지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빙그레 사장은 현재 재판 중이다. 지난 6월 술에 취한 채 아파트 단지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이를 제지하던 경찰을 폭행한 혐의다. 지난 3월 사장 자리에 오른 지 3개월 만이다. 김 사장은 15일 열린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차남인 김동만 본부장도 지난해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자신이 마케팅 본부장으로 몸담고 있는 해태아이스크림이 연이어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은 '시밤바'와 '스타빙스' 상표를 출원해 비판을 받았다. 시밤바의 경우 욕설이 연상된다는 점, 스타빙스의 경우 스타벅스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실패한 유머'로 평가받았다. 식약처도 욕설을 연상하는 제품명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박창훈 해태아이스크림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김정태 대표가 새로 부임했다. 인수 첫 해 2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해태아이스크림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던 박 대표가 갑자기 물러난 데는 이 '마케팅 논란'이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오너 3세인 김 본부장이 마케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해당 마케팅을 주도했음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때' 팔아야 승계

빙그레의 계열사인 '제때'도 최근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부라보콘의 과자와 종이 생산을 맡고 있던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제때와 계약을 맺은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요소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제때가 김동환 사장, 김동만 본부장, 김정화 씨 등 김 회장의 3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기업이라는 점이다. 자녀들이 지분을 대량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실적을 개선하고, 승계 시점에 지분을 매각해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건 재벌가의 전형적인 승계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746억원이었던 제때의 매출은 지난해 4017억원으로 급증, 5년여 만에 몸집을 두배 이상 키웠다.

현재 빙그레는 김 회장이 36.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김구재단(2.03%), 제때(1.99%), 현담문고(0.13%)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총 40.8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자녀들에게 빙그레를 물려주기 위해선 김 회장의 지분을 넘겨줘야 한다. 시가로 2000억원 이상인 김 회장의 빙그레 지분을 온전히 받기 위해 가족기업인 제때를 이용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제때의 조사에 착수하면서 제때의 덩치 키우기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선 잇단 논란 탓에 김동환 사장으로 낙점된 듯하던 빙그레의 3세 승계 계획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빙그레는 장남 승계가 원칙인 기업은 아니다. 김 회장 역시 고(故) 김종희 한화 창업주의 차남이다. 김 회장이 50대에 사망하면서 형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10년 넘게 소송을 벌이다가 식품부문을 떼어내며 회장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3남매는 모두 빙그레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직급이나 지분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김 사장이 승진하면서 어느 정도 승계의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이번 폭행사건으로 이미지에 금이 가면서 김 회장의 의중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승계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김 회장과 빙그레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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