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햄버거와 피자, 치킨에 가장 잘 어울리는 탄산음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종류의 탄산이 있겠지만, 역시 음식의 짭짤한 맛을 중화시키고 톡 쏘는 청량감이 있는 '콜라'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다만 늦은 시간 야식으로 즐겨 먹는 이 음식들과 콜라를 함께 먹고 나면 쉽게 잠자리에 들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바로 콜라에 들어가는 소량의 카페인이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커피와 차 등에 함유된 것으로 잘 알려진 카페인이 콜라에 들어가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카페인 잡아라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콜라의 양대산맥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입니다. 콜라라는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19세기 말 콜라가 개발되기 시작했던 초창기 주재료였던 열매의 이름이 바로 '콜라 너트'였기 때문입니다. 서아프리카에서 재배되는 콜라 너트의 특징은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미 서아프리카 일부 원주민들은 피로를 푸는 데 효과가 있다며 콜라 너트를 씹을 정도였죠.
그렇다면 왜 음료에 콜라너트를 사용하게 된 걸까요? 140여 년 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미국은 코카인과 모르핀 등 마약류로 만들어진 약물들이 과장 광고와 함께 불티나게 팔린 시기였습니다. '톰소니언 시스템'이란 대체 의학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코카콜라 개발자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약사도 대체 의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이 약사는 신경증 치료제이자 자양강장제와 같은 효과를 내는 의약품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이 때문에 코카인 잎과 서양 문화권에서 향미료 성분으로 잘 알려진 콜라 너트 추출물을 탄산수 등과 섞어 음료수로 탄생시키게 됐습니다.
펩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카콜라가 개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스캐롤라이나 뉴번에서 또 다른 약사가 콜라 너트를 포함해 물, 탄산, 설탕, 바닐라 등의 재료를 넣어 드링크 의약품을 만들었습니다.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담은 '펩신'과 레시피에 사용된 콜라 너트의 이름을 따와 오늘날의 펩시콜라를 있게 했죠.제로콜라, 카페인 제로는 아니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콜라의 제조법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콜라의 정확한 레시피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지만, 지금은 콜라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콜라 너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대신 이를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카페인을 첨가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콜라를 마시다가 무심코 뒷면의 원재료명을 읽다 보면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이유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콜라마다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이 다르다는 점이었는데요. 제조사들은 콜라에 카페인을 넣는 또 다른 이유로 ‘전반적인 맛의 풍미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콜라마다 카페인 함유량이 모두 달랐던 탓에 씁쓸한 맛에도 그 차이가 느껴졌나 봅니다.
눈에 띄는 건 당류를 넣지 않은 제로 콜라가 일반 콜라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겁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콜라 음료(355㎖ 기준) 중에서 카페인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은 펩시 제로(46㎎)였습니다. 코카콜라 제로는 이보다 10㎎ 낮은 36㎎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가당 콜라와 비교하면 각각 11㎎, 1㎎ 더 많았습니다. 기본 사이즈인 아메리카노 한 잔의 카페인 함유량이 15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콜라 한 캔을 마시면 아메리카노 1/3잔을 마시는 셈입니다.
그럼 콜라를 얼마나 마셔야 '카페인 과다'가 될까요. 일반적으로 400㎎ 이하가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입니다. 아침과 점심에 커피를 각각 한 잔씩 마시고, 퇴근 후 야식과 함께 콜라를 2잔 마신다고 가정한다면 일일 권장량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아침이나 점심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더 큰 사이즈의 커피를 마실 경우, 콜라 1잔만으로도 이미 그 기준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죠.알고 마시자
이 때문에 최근 콜라 제조사들은 '제로 카페인'을 속속 출시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평소 카페인에 예민한 소비자, 카페인 섭취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인데요. 코카콜라의 '제로제로', 펩시콜라의 '제로 카페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처음 제로 슈거가 시중에 판매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텁텁하다', '밍밍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던 것처럼 디카페인 콜라 역시 호불호를 피해가진 못하고 있지만요.
건강과 맛을 고려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카페인 함량은 이제 중요한 선택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여전히 식당에 가도, 배달을 시켜도 콜라는 디카페인이 아닌 오리지널이거나 제로 슈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디카페인 콜라가 아직 디카페인 커피만큼 대중화되진 못했다는 의미죠.
무엇보다도 본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일상생활 속 흔히 접하는 콜라의 카페인은 중추 신경계를 자극해 각성 효과를 일으키는 반면 불면증, 심박 수 증가, 위산과다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걸 함께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콜라에 카페인이 들어가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다른 탄산음료엔 없는 카페인이 유독 콜라에만 들어간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해서 좋을 건 없죠.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몸에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