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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테이블오더까지…또 맞붙는 배민과 쿠팡

  • 2025.02.08(토) 13:00

[주간유통] 쿠팡·배민, 테이블오더 진출
테이블오더 시장, t오더가 60% 점유율
배달과 시너지 노려…골목시장 진출 논란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테이블 오더

어느샌가부터 식당에 가면 홀에 자리를 안내하는 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알아서 빈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자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도록 연결된 패드를 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매장 한 쪽에 이런 기기가 놓여 있으면 '키오스크'라고 하는데, 테이블에 앉아서 바로 주문하는 경우에는 또 '테이블 오더'라고 따로 부르곤 합니다.

이 테이블 오더 시장의 리더는 스타트업 '티오더'입니다. 2019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25만대를 식당에 보급했다고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는 약 70만명 안팎으로 봅니다. 여기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더해야겠고요. 매장 하나에 태블릿이 한 대만 들어가는 것도 아니죠. 수백만대의 수요가 담보된 '노다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티오더의 테이블 오더 플랫폼/사진=티오더 홈페이지

업계에선 현재 테이블오더 시장 규모를 2023년 기준 1000억원 수준으로 봅니다. 업계 1위인 티오더의 2023년 매출액이 587억원이니 대략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밝습니다. 업계에선 테이블오더 시장 규모가 향후 1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의 무인주문기 사용 비율은 7.8%에 불과한데요. 보급률이 30%를 넘어서고 수익구조가 발생하면 매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늘어나는 1인 창업과 최저임금 인상도 테이블 오더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는 422만5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75%에 달했습니다. 이 대부분이 카페나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외식업 종사자들입니다.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 직원과의 트러블 등을 우려해 1인 매장으로 운영하며 테이블 오더를 이용하는 사장님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테이블 오더는 작은 시장입니다. 수십만 대의 태블릿이 보급돼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매출이 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일단 '보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무료 보급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태블릿 임대료만 받고 그 외의 수수료는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새우밭에 나타난 고래

이 작지만 미래가 창창한 시장에 등장한 '고래'들이 있습니다. 바로 쿠팡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9월 '배민오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태블릿을 이용하는 방식과 QR코드 방식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UI도 배민과 동일하게 구성해 친숙함을 더했죠. 

최근엔 쿠팡이 쿠팡포스 시스템에 테이블오더 기능을 추가했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아직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운영 중이지만 곧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밖에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자회사인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그동안 '새우'들끼리 싸우던 전쟁터에 고래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배민오더/사진=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업계에선 배달 서비스와 주문 서비스는 대상과 구조가 비슷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단 배민페이·쿠페이 등 자체 결제 수단과의 연계가 원활할 것이고, 포인트나 상품권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겠죠. 어차피 외식업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하니 영업 포인트도 동일합니다. 쿠팡이 쇼핑앱에서 하는 것처럼 자주 먹는 메뉴를 먼저 보여 주거나 쿠팡 앱으로 인근 음식점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도 기대해 봄직합니다.

쿠팡의 경우 태블릿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처럼 태블릿 임대료를 내거나 태블릿과 연동할 인터넷 가입비 같은 부대비용도 없습니다. 고사리손도 아쉬울 1인 창업 사장님들로서는 솔깃할 수밖에요. 

뻔히 보인다, 미래가

하지만 배달 시장에서 수많은 논란을 불러온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또다시 외식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테이블 오더에 뛰어드는 데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금이야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으로 보급률이 올라가면 또다시 '수수료 악몽'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쿠팡은 새벽배송·당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2014년 도입해 무료로 운영하다가 4년 만인 2018년 유료화 서비스인 '로켓와우'를 도입했죠. 멤버십 요금은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다시 789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배달의민족 역시 서비스 초창기에는 지금과 같은 수수료·구독제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인 노출은 무료로 제공하고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상품을 운영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확장되면서 노출을 위한 광고상품을 운영하는 동시에 앱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에도 수수료를 매기는 정책을 도입했죠. 이후엔 배달비까지 도입합니다. 

테이블 오더 시장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습니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형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수수료를 올리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슷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이제 배달앱이 아닌 매장 방문 고객의 주문에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유입니다. 

배달앱 시장은 지난해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은 배달앱, 눈 앞의 경쟁에 매몰된 외식업계, 팔짱 끼고 방관했던 정치권 모두가 반성해야 했던 사례였습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우리는 지난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미리 정책을 준비하고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합니다. 모두가 "내가 피해자"라며 멱살을 잡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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