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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병이 990원"…선양소주, 초저가에 숨겨둔 전략은

  • 2026.04.06(월) 17:01

초저가로 승부수…인지도 확장 노려
높은 주세는 여전히 장벽…지속 가능성 '물음표'
골목상권 공략…사회적 책임 기업 이미지 구축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6일 가락몰 다농마트에서 '착한소주 990'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윤서영 기자 sy@

충청권 주류기업 선양소주가 국내 주류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대폭 낮춘 '990원 소주'를 선보이면서 소주 시장 가격 경쟁에 불을 지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초저가 전략이 장기적인 시장 판도를 바꾸기보다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소주가 990원?

선양소주는 이달 1일부터 동네 슈퍼마켓 전용 제품인 '착한소주 990' 판매를 시작했다. 착한소주는 국내산 100% 쌀·보리 증류 원액을 사용하면서도 자체 공법을 통해 산소 함유량을 시중 유통 소주(8ppm) 대비 3배 수준인 26ppm으로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제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소비자 가격은 병당 990원, 판매 수량은 990만개로 제한된다. 이는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주요 소주 제품 가격(대형마트 기준)보다 200~400원 낮은 수준이다.

충청권 대표 주류기업 선양소주가 병당 990원인 '착한소주 990'을 선보였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6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 다농마트를 찾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000원 이하 소주’가 가능한 배경에는 원가 절감과 마진 축소가 있다. 소주는 출고가의 약 70%가 주세로 부과되는 대표적인 고세율 상품이다. 기업이 임의로 세금을 낮출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제조·유통 전반에서 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식 외에는 가격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선양소주는 조웅래 회장이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 전략을 동원했다는 설명이다.

선양소주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 이런 초저가 소주를 출시한 것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 기조 때문이다.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 환경에서 초저가 제품을 통해 체감 부담을 낮추고 브랜드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조 회장 역시 이번 착한소주가 충청권에 국한되어 있던 인지도를 전국으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청권 대표 주류기업 선양소주가 병당 990원인 '착한소주 990'을 선보였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6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 다농마트를 찾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물가 부담 완화를 넘어 상생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연결된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다. '서민 부담을 낮추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적 브랜딩 수단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판매 채널을 동네 슈퍼로 제한한 점도 전략적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대신 지역 소매점에 집중해 유통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초저가 소주를 '미끼 상품'으로 활용해 소비자 방문을 유도, 다른 제품과의 동반 구매를 끌어내는 이른바 '트래픽 유입 전략'도 함께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확대할 수 있을까

선양소주는 이번 990원 소주가 향후 추가 실험의 '파일럿 프로젝트' 성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양소주와 협업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역시 해당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경우 소주 외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넘어 초저가 상품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모델’이라는 확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다만 업계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정 채널에 공급 물량까지 제한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는 단기적인 화제성 확보에 초점을 둔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다. 원재료 가격 변동성과 물류비 상승 등 외부 비용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 초저가 구조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워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인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은 있어도 사실상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구조"라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 이후에는 가격 정상화가 불가피해 990원이라는 상징성이 오히려 소비자 기대치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대형 주류업체들이 선양소주와 동일한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광범위한 유통망과 대량 판매 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가격 인하가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초저가 소주가 시장 전반의 가격 질서를 바꾸기보다는 브랜드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한적 실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지에서 지방소주를 찾는 문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올드한 술'이라는 인식 자체가 강해진 데다 지방 소주에 대한 희소성도 약해졌다"며 "이번 990원 소주는 본연의 맛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으로 단기간에 '선양'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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