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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널 깨물어주고 싶어"…초록매실을 '아시나요'

  • 2026.08.09(일) 13:00

'초록빛 신화' 이끈 웅진식품의 '초록매실'
조성모 감성 광고…탄산음료 아성 흔들어
세대를 넘어선 저력…여전한 존재감 입증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CF가 살렸다

싱그러운 멜로디와 함께 한 남자가 화면 속에서 걸어나온다. 한 손에 초록매실 음료를 들고 수줍은 표정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던 남자는 "난 네가 좋아. 너도 내가 좋니?"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잠시 뒤 그는 초록매실을 손에 꼭 쥔 채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진다. "널 깨물어주고 싶어."

지금 보면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는 이 대사는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지난 2000년 TV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청했던 광고일 텐데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발라드 가수 조성모가 등장한 이 광고는 감성적인 연출과 귀에 꽂히는 대사가 만나 초록매실을 단숨에 국민 음료 반열에 올라서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편의점만 가도 매실 음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초록매실이 등장하기 이전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는데요. 매실은 건강식품이나 전통 발효식품에 쓰이는 재료라는 인식이 강했고 음료로 즐기는 문화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익숙한 식재료 중 하나였지만, 매실 음료는 소비자에게 낯선 제품이었던 셈입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웅진식품은 이런 시장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기름진 식습관이 정착하면서 '웰빙'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몸에 부담이 덜한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죠. 국내 음료 시장 '절대 강자'였던 탄산음료와의 정면승부를 택했던 겁니다.

이는 웅진식품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브랜드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초록매실을 출시하기 전에 선보였던 '가을대추'와 '아침햇살' 모두 탄산이 아닌 자연 원료를 앞세운 음료였죠. 초록매실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단순히 기존과 다른 음료를 내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소비 가능성을 열고 제품 다양화에 기여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시장과 트렌드를 정확히 읽은 선택이 됐습니다.잘 나가네

초록매실 광고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원래 광고 콘셉트는 조성모가 초록빛 매실밭에서 연인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 그의 진심에 화답하듯 매실꽃이 활짝 피어나는 한 편의 로맨스였습니다. 당시 조성모가 발표한 뮤직비디오들이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만큼 광고 역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였는데요.

그러나 현실은 계획과 달랐습니다. 해당 광고의 촬영 시기는 2월이었던 탓에 초록빛 매실이 열릴 계절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세트장 전체에 특수 제작한 초록 매실 모형들로 대체됐습니다. 이 세트를 만드는 데에만 5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 당시 광고 제작 환경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규모였습니다.

/사진=웅진식품 공식 유튜브 채널

그럼에도 광고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실제로 광고 방영 이후 초록매실의 월 판매량은 코카콜라를 뛰어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한때 업계에서는 초록매실 출시 이전과 이후로 국내 건강음료 시장이 나뉜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음료 시장의 판도를 바꾼 '매실 신화'로 불릴만 하죠.

20여 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인물이 브랜드를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바로 '먹방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쯔양 덕분입니다. 쯔양은 자신의 방송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1.5리터 초록매실을 큰 컵에 따라 마시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습니다. 별도의 광고 계약이나 협찬 없이 반복적으로 노출된 장면이라고 하는데요.

2021년 초록매실 판매량은 쯔양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전인 2018년보다 88% 증가했습니다. 기업이 막대한 광고비를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콘텐츠 노출이 얼마나 큰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입증한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통적인 TV 광고 시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 시대로 변화하는 흐름도 고스란히 보여줬고요.명실상부

현재 초록매실의 시장 내 위상은 어떨까요. 일단 최근 음료 시장은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제로 칼로리 음료와 단백질 음료, 기능성 음료, 식물성 음료 등 새로운 제품이 쉴 새 없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소비자 취향 역시 세분화된 탓에 특정 브랜드가 오랫동안 독주하기 어려운 환경도 구축됐습니다.

초록매실 스파클링 제로./사진=웅진식품

그럼에도 초록매실은 여전히 브랜드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로와 스파클링 등 제품 다양화를 통해 소비 트렌드에 대응, 젊은 소비자와 기존 소비자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매점 기준 초록매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초록매실의 진짜 성공 비결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추억까지 함께 남겼다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널 깨물어주고 싶어라는 강력한 한 마디가 각인된 광고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지만,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25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매실음료 하면 초록매실부터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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