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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쫄깃쫄깃 오동통통"…'너구리'가 살아남은 비결

  • 2026.09.06(일) 13:00

굵은 면발에 다시마로 차별성 확보
CM송으로 '장수 브랜드' 자산 구축
짜파구리에 카구리…확장된 세계관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한 남자가 냄비를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그러자 쇼파에 앉아 있던 여자가 들고 있던 책을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냄비 앞으로 헐레벌떡 달려온다. 여자는 냄비에 든 라면을 바라보며 "오동통한 내 너구리"라고 말한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내 너구리?"라며 되묻는다. 여자는 라면 한 젓가락을 들고 애교 섞인 표정을 짓는다. 이어 익숙한 로고송이 흘러나온다. "쫄깃쫄깃 오동통통 농~심 너~구리"광고가 띄웠다

이 노래가 시작되면 게임은 '끝'입니다. 화면을 보지 않아도 어떤 광고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죠. 2014년 공개된 배우 강하늘과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의 너구리 광고는 브랜드 매출을 증가시키는 기폭제가 됐는데요. 광고 이후 한 달간 대형마트 3사에서 발생한 너구리 매출은 전월 대비 45% 증가한 3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쫄깃쫄깃 오동통통'이라는 두 단어는 너구리를 설명하는 강력한 언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맛있다', '얼큰하다' 등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너구리의 특징을 잘 살린 대표적인 광고 문구로 꼽히죠. '쫄깃쫄깃'은 면발의 식감을, '오동통통'은 일반 라면보다 굵은 면발의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여기에 단순한 멜로디가 따라붙으면서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CM송이 됐습니다.

/사진=농심

물론 너구리가 4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를 광고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제품 자체의 차별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너구리는 지난 1982년 국내 최초 '우동'을 콘셉트로 출시된 라면입니다. 출시 당시였던 1980년대 초 가정에서 우동을 즐기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너구리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제품'이었던 셈이죠.

특히 당시 라면은 대체로 비슷한 모양의 면발과 조리법으로 소비되던 시장이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농심은 면발의 굵기는 물론 국물 맛에 대한 방향성까지도 다르게 설정하며 '우동 같은 라면'의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너구리는 출시 두 달만에 매출 20억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150억원을 넘어서는 등 외형을 빠른 속도로 키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너구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다시마'입니다. 너구리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겁니다. 다시마를 '넣느냐 마느냐', '넣으면 언제 넣느냐', '먹느냐 마느냐' 등 나름의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라면입니다. 무엇보다 다시마는 제품 공정에서 수작업으로 넣어지기 때문에 가끔 랜덤으로 여러장이 들어있으면 '오늘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소비자가 만든 확장성

너구리의 브랜드 파워는 단순히 오랜 시간 판매됐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른 제품과 만나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강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너구리 제품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확장되고 있는데요.

/사진=농심 브랜드관

대표적인 사례가 '짜파구리'입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2019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면서 짜파구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콘텐츠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농심은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했고, 이후 정식 제품 출시까지 연결했죠.

이런 '모디슈머 레시피'에서부터 출발한 제품은 짜파구리 뿐만이 아닙니다. 너구리의 매콤한 맛에 카레 가루를 접목한 '카구리'도 있습니다. 카구리는 PC방 손님들의 입맛을 자극하던 메뉴였는데요. 농심은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카구리를 실제 제품으로 내놨습니다. 이외에도 '어구리', '불구리' 등 다양한 레시피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너구리의 라면가게 동대문점./사진=농심

과거 너구리의 브랜드 경험이 TV CF와 CM송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공간을 찾아가 제품을 맛보고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너구리를 테마로 한 라면가게 운영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요.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 마련된 너구리의 라면가게는 너구리 캐릭터와 제품을 오프라인에 담아내며 소비자에게 또 다른 경험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너구리가 수십년간 생존할 수 있었던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너구리가 가진 핵심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방식에는 변화를 주며 새로움을 더하는 시도이기 때문이죠. 시대가 변화해도 너구리 하면 농심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고 싶은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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