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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어든 '오에라'…한섬, 초고가 뷰티 전략 '흔들'

  • 2026.09.08(화) 07:20

5년 공 들였지만…계속된 적자에 효율화
고가에 제한된 판매 채널…성장세 '발목'
엔트리 제품 확대…'럭셔리' 유지는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한섬이 뷰티 사업 '오에라'의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패션에서 쌓은 고급 이미지를 화장품으로 확장하려 했던 기존 전략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한섬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오에라의 사업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야심찼지만

한섬은 최근 오에라의 일부 매장을 정리했다. 지난 4월 더현대 대구에 이어 6월에는 더현대 서울에서 매장을 뺐다. 이에 따라 오에라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비롯해 무역센터점, 판교점에서만 운영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한섬은 오에라를 운영하는 뷰티팀 내 인력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한섬이 오에라 사업 규모를 줄인 이유는 수익 창출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섬은 앞서 2020년 화장품 제조사 한섬라이프앤(옛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이듬해 오에라를 출시, 한섬라이프앤 지분도 100%까지 끌어올렸다. 화장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다만 이런 공격적인 행보와 달리 오에라는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실제로 한섬라이프앤은 오에라 론칭 첫해 7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54억원으로 약 8배 확대했다. 하지만 수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탓에 이 기간 누적된 순손실만 231억원에 달했다. 특히 계속된 적자에 지난 2023년에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일종의 반전 카드였던 흡수합병 역시 해법이 되진 못했다. 한섬은 지난해 초 한섬라이프앤의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건 물론 뷰티 사업을 직접 관리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일환으로 흡수합병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흡수합병 1년 반 만에 매장과 인력을 줄이면서 단순 사업 조정을 넘어 '철수설'까지 제기됐다.

오에라의 성장세가 꺾인 것은 높은 가격대와 좁은 고객 접점이 꼽힌다. 현재 오에라의 주력 제품 가격은 20만~120만원대로 고가다. 패션을 통해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화장품에 적용해 기존 현대백화점 VIP 고객을 자연스럽게 뷰티 고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전략이었다. 실제로 론칭 이후 오에라 구매 고객 중 VIP 비중은 90%로 나타났다.럭셔리와 대중성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브랜드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좁다는 의미로 본다. 화장품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넓은 고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오에라도 선쿠션과 같이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추가했지만 브랜드의 핵심인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대중적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섬이 강점을 가진 백화점 유통 방식도 오에라에게는 한계로 꼽힌다. 화장품 시장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경로가 다양하다.

반면 오에라는 브랜드의 특성상 백화점과 면세점이 오프라인 유통망 전부인 데다, 온라인도 더한섬닷컴과 공식 스토어가 주력 채널로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에는 걸림돌이 됐다.

한섬은 향후 고객 저변을 넓히고 매출 기반을 다변화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 채널 중심의 매장 확대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판매 구조를 만들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는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럭셔리 이미지를 유지하는 한편 홈쇼핑과 온라인 등에서는 엔트리 상품인 샴푸와 트리트먼트, 선쿠션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생각이다.

다만 일각에선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한다. 초고가 화장품은 가격 자체가 브랜드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구성하는 요소인 만큼 대중적인 유통 채널과 제품군으로 확대할 경우 오에라가 그동안 구축해온 '럭셔리 뷰티' 이미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가 브랜드의 희소성과 대중적인 접근성 사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섬 관계자는 "현재도 핵심 매장은 정상 운영 중인 데다, 오에라의 핵심 고객인 VIP 수요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오에라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있는 일련의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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