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의 합성어)' 트렌드를 타고 인기를 끌었던 약과가 디저트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젊은 소비자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까지 약과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K디저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맛과 문화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약과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약과의 재발견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약과와 관련된 상품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일례로 이마트24는 이달 '약케팅(약과 티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인한과'의 미니약과 단독 판매에 나섰다. 특화 점포를 통해 확인한 장인한과의 소비자 관심을 일반 점포까지 확대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5~8월 디저트랩 서울숲점과 트렌드랩 성수점에서 장인한과의 '못난이 약과'와 '삼각이 약과'는 빵 카테고리 1·2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더현대 서울에 '골든피스'를 입점시켰다. 골든피스는 약과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디저트 브랜드다. 전통 고유의 조리법과 정성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의 식문화와 감성에 맞춘 제품들로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도 본점에 골든피스를,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약과 브랜드 '만나당'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약과는 다른 디저트와 결합하는 방식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가 대표적이다. 노티드는 바삭한 약과와 달콤한 약과 크림을 도넛에 넣고, 미니 약과로 토핑한 '약과 크림 도넛'을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휘낭시에, 버터바 등 기존 디저트에 약과를 접목한 제품들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약과는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삼립의 '삼립약과'는 현재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 코스트코 2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 현지 대형 잡화점 '돈키호테'를 비롯해 수입식품 전문점 '이온 카페란테', '서밋' 등에도 입점했다.
업계에선 약과가 외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게 단순 '한국 전통 디저트'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약과는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넣어 반죽한 뒤 모양을 빚고 기름에 튀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 식감에 달콤한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쿠키나 케이크 등 익숙한 디저트와 차별화 된다는 평가다.
'프리미엄'에 대한 인식도 강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유명해진 일부 인기 약과 브랜드가 오픈런과 대기 행렬을 만들어내면서 희소성이 높아진 데다, 수작업에 따른 '장인정신' 이미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약과가 하나의 디저트 품목을 넘어 한국이 가진 고유 가치를 전달하는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외국인 업고 '훨훨'
약과에 대한 관심은 전통 간식 전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 6~8월 약과와 약밥, 전병 등 한과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컬리는 이에 힘입어 이달 전통간식을 '희소가치 프로젝트' 테마로 선정하며 김규흔한과의 '꿀약과'와 호정가 '왕찹쌀약과', 선미한과 '유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획일화된 디저트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결과라고 해석한다. 과거 국내 디저트 시장은 서양식 베이커리가 중심이었다. 최근 들어 인기를 끈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도 새로운 K디저트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한국식 전통과 문화적 맥락을 담은 디저트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만의 디저트라는 인식을 심어줄 만한 선택지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약과는 한국 전통성과 현대적인 디저트의 소비 방식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올해 초 K디저트 소개 콘텐츠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에서 경험할 만한 디저트 중 하나로 약과를 꼽았다.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한옥 카페와 전통시장 등 관광 동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약과의 인기를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제품 다양화와 품질 경쟁력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약과 특유의 기름진 맛이나 높은 당도, 단단한 식감이 일부 해외 소비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외국인 입맛을 고려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전통 디저트라는 상징성에서 시작한 관심을 재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약과는 전통적인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디저트와 결합하기 쉬워 확장성이 높은 상품"이라며 "맛과 형태를 다양하게 변주하면서도 외국인 소비자가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