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앱 시장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글로벌 기업 우버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인 딜리버리 히어로(DH) 인수를 본격화해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기존 '배달의민족 대 쿠팡이츠'였던 배달앱 구도는 '우버 대 쿠팡'이라는 플랫폼 간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우버의 민족?
우버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DH와의 기업결합을 위한 사전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DH의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지 2개월 만이다. 통상 기업결합 심사는 지분 인수 계약이 완료된 이후 진행되지만, 우버는 DH 인수가 한국 시장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심사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우버는 당초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경영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버는 단독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우버는 이번 기업결합 사전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인수 청약을 완료, 내년 하반기 중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 DH 인수 절차를 매듭 지을 생각이다.
예정대로라면 우버는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DH가 보유한 여러 국가의 배달 플랫폼 사업을 손에 넣게 된다. 다만 DH가 운영하는 모든 시장이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우버는 이미 '우버이츠'를 전개하고 있는 14곳을 제외한 50개 시장의 사업에 대해서만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우버의 DH 인수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부분은 '국내 1위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DH가 우아한형제들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이번 인수 절차가 완료될 경우 '우버→DH→우아 DH 아시아→우아한형제들'로 이어지게 된다.
배달의민족과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쿠팡이츠와의 구도 변화도 관심사다. 쿠팡이츠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를 앞세워 배달의민족 뒤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440만명, 쿠팡이츠는 1444만명으로 나타났다.
락인 효과
업계에서는 향후 배달의민족이 쿠팡과 유사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쿠팡이츠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는 등 하나의 멤버십으로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체감하는 구조다. 이는 소비자 이탈을 줄이는 쿠팡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배달의민족 역시 우버의 서비스와 연계해 고객 접점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 배달의민족 자체 멤버십 '배민클럽'과 우버 멤버십을 통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택시 승객에게는 음식 주문 혜택을, 배달 고객에게는 승차 할인이나 호출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를 교차 유입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달과 모빌리티'라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쿠팡과도 차별화된다.
우버가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 활용 역량도 배달의민족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우버는 우버이츠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장보기 경험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에는 텍스트나 이미지 입력으로 전체 장바구니를 자동 구성해주는 '카트 어시스턴트' 기능을 선보였다. 아울러 AI가 이용자의 주문 이력을 학습해 맞춤형 상품도 제안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배달의민족에 도입된다면 퀵커머스 시장 판도 역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최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분야는 퀵커머스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음식 배달과 달리 뚜렷한 강자가 없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특히 배달 플랫폼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퀵커머스를 성장 동력으로 점찍으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중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번 인수에 따라 배달의민족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우버가 해외 시장에 적용하고 있는 배달 중개 수수료 체계를 국내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우버이츠는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최대 30%의 배달 중개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배달의민족의 수수료(최대 7.8%)와 비교해 4배 가량 높다.
우버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배달 파트너의 안정적인 생업을 지원하는 한편 모든 이해관계자와 건설적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며 "배달의민족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인재, 한국 시장에 특화된 기술 역량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