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사이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던 '비수기'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과거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은 상대적으로 화장품 수요가 둔화하는 시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여름에도 생산라인이 바쁘게 돌아가는 등 계절에 따른 생산과 판매 편차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비수기, 그게 뭔데?"
화장품은 계절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비재로 꼽힌다. 일례로 봄에는 외출과 나들이가 늘면서 색조 화장품과 가벼운 스킨케어를 찾는 수요가 커진다. 반면 가을·겨울 시즌에는 보습이나 수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한다. 이와 달리 여름은 끈적한 피부와 쉽게 무너지는 화장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화장품 씀씀이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화장품 업체들은 통상 여름철에 생산과 재고를 조절해왔다. 특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경우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일정과 판매 전망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계절별 생산 공식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으로 코스맥스 국내 법인의 지난 7월 생산량은 8622만2000개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6월(7721만7000개)보다도 11.7% 증가한 수치다. 한때 비수기 여겨졌던 여름이 성수기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 통계에서도 계절성 완화 흐름이 확인된다. 관세청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3년 7월 국내 화장품의 수출액은 월별 기준 11위에 불과했다. 통상 1년이 12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저치다. 그러나 올해 7월에는 화장품 수출액이 13억400만달러(약 1조7710억원)를 거두며 4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 확대를 화장품 산업의 계절성을 낮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K뷰티가 수출 대상 국가를 넓히면서 특정 계절에 주문이 몰리던 현상이 자연스럽게 완화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기후와 환경이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가 국내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화장품 소비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이제 시작이다
단순히 수출 시장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품을 세분화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최근 화장품 시장에서는 개인의 피부 고민부터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넓히는 추세다. 미백과 주름 개선은 물론 진정, 탄력, 장벽 강화 등 기능의 범위가 넓어진 데다, 한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복합 기능성 제품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화장품의 계절적 수요 편차는 더욱 희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뷰티 수출국은 200개국을 넘어선 상태로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K뷰티가 진출해 있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 활성화로 국가와 지역 간 물리적 경계가 낮아지는 등 국내 업체의 생산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선케어)가 안정적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선케어는 그동안 여름이 다가오기 전 화장품 생산이 가장 활발한 제품군으로 꼽혔다. 여름 휴가나 야외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해서다. 하지만 최근 기술력 발전에 따라 선케어 역시 보습과 진정, 톤업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 늘어나면서 '사계절용'으로 재포지셔닝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화장품 업계의 3분기 실적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3분기 매출 1조1319억원, 영업이익 1183억원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3%, 영업이익은 28.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3% 13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의 계절성이 사라졌다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소비층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시장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앞으로는 국내 시장이라는 특정 계절 수요만으로 생산량을 판단하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