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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자기자본 규제 '뒷걸음' 한 정부…주택공급 vs 건전성 딜레마

  • 2026.08.20(목) 08:00

주택 공급 위해 PF 건전화 방안 한발 후퇴 
47.8조+α 금융지원 확대…실착공 이어질까 
PF 저자본·고레버리지 부작용 되풀이 할라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PF 보증과 정책금융 등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지원 규모를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고, 주거사업장에 대한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적용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PF 정상사업장에 대한 '돈맥경화'를 풀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에 내년부터 5%를 시작으로 2030년 2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었던 PF 사업장의 자기자본 규제 강화는 2029년으로 미뤄졌다. PF 부실을 줄이기 위해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늘리고 금융회사의 위험 관리를 강화해 온 기존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주택공급을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자칫 PF의 '저자본·고보증' 구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이 정부 보증 확대를 계기로 실제 대출을 얼마나 늘릴지도 미지수다. 

금융권 PF대출 및 연체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PF시장 안정화? "위험은 여전"

정부는 그동안 PF 익스포저가 크게 줄어든 만큼 정상 사업장에 대한 금융 공급을 늘려도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PF 시장 건전성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PF 익스포저는 줄고 있지만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일부 건전성 지표는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권 전체 PF 익스포저는 16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5000억원 감소했다. 2023년 말 23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61조3000억원 감소했다. 사업 완료와 부실사업장 정리·재구조화가 신규 취급보다 많았던 영향이다.

위험 신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3월 말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4.65%로 지난해 말 대비 0.77%포인트(p) 상승했다.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도 16조4000억원으로 석달 새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PF 익스포저의 약 9.6% 규모다. 

특히 PF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9.30%에서 3월 말 10.04%로 0.74%p 상승했다. 이 기간 은행권의 PF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8%에서 1.28%로 0.30%p 악화했다. 

은행 PF대출 연체율은 0.82%에서 1.32%로 3개월 새 0.5%p 늘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이 평균 0.5% 안팎에서 관리되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은행 PF익스포저 및 PF고정이하여신비율/그래픽=비즈워치

PF 보증 늘리면 착공 늘어나나 

정부는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9.7%)를 제외한 나머지 약 90%를 정상 사업장으로 봤다. 이러한 정상사업장에 PF보증 등 금융지원 확대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PF 사업성 평가에서 정상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곧바로 착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토지 확보와 인허가, 시공사 선정, 분양성 확보, 사업비 조달, 금융약정 체결 등 실제 착공까지 넘어야할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PF 보증 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로 대출, 착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지 가치만으로 대출을 결정하기 어려운 개발사업 특성상 공적 보증이 붙으면 금융기관의 대출 여건이 나아질 수 있지만 보증이 대출 실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얼마나 착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증을 늘리면 은행이 대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업성이 양호하고 분양가능성이 높은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과거 PF 부실을 경험한 은행들이 보증이 확대됐다는 이유만으로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비와 인건비 상승, 공사기간 장기화, 분양 위험 등으로 사업성 자체가 낮아진데다, 생산적 금융 부담, 과거 부실 경험 등으로 대출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규제 유예…PF 정상화 기조 '흔들'?

특히 이번 대책으로 PF 정상화의 핵심 과제였던 '저자본·고보증' 구조 개선 속도도 늦춰졌다. 정부는 주거사업장에 한해 자기자본비율 규제 적용을 2년 유예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칫 과거와 같은 고레버리지 구조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F 사업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 규제 한시 유예로 금융사가 취급할 수 있는 사업장 범위는 넓어질 수는 있지만 증권사의 경우 PF 관련 위험을 자본비율에 반영하는 NCR규제가 강화된 만큼 대출 확대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자기자본이 낮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장 집중화가 예상돼 다시금 부실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PF 대출을 늘린다고 이익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신 중 업종 배분 문제도 있고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서 PF사업장의 자기자본비율이 높을 수록 각종 PF 리스크가 낮아지고 총사업비도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황순주 KDI 박사는 "국내 PF의 구조적 문제는 저자본·고보증 구조"라며 "자기자본비율이 높을 수록 분양·부실 위험, 준공 후 자금조달등 PF 사업의 주요 위험이 낮아지고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 총사업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확충이 단기적으로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을 높여 공급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황 박사의 분석이다. 황 박사는 "규제 한시적 완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자본확충이라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2년 유예기간 동안 시행사에 자본을 공급할 투자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유예가 끝난 뒤 다시 자본확충 기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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