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홈플러스 회생 여부…은행권 5.4조 '부실 뇌관' 될라

  • 2026.09.02(수) 08:22

납품 대금 공익채권 5032억…2030년까지 분할 변제
변제유예 장기화시 영세납품업자 부실 우려…채권단 반발
5.4조 대출 연장·유예…"회생 지연·무산 땐 은행 부실 전이"
금융당국 "현재 연체·부실 거의 없어…추가지원은 필요"

홈플러스 회생을 둘러싼 회사와 채권자 간 갈등이 납품업체를 넘어 은행권의 잠재부실 우려로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5000억원이 넘는 상거래 공익채권 가운데 2028년 2월까지 약 0.5%만 변제하고, 2030년 2월까지 79.2%를 변제하는 회생계획안을 내면서 영세 납품업체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은행권이 홈플러스 협력업체에 만기연장·상환유예한 대출만 5조4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회생 지연이나 무산 시 납품업체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더라도 납품대금 변제가 장기간 미뤄질 경우 상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 주요 공익·담보채권 상환 계획/그래픽=비즈워치

회생 실행 판가름…공익채권자 동의 변수

2일 금융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오후 3시 수정 회생계획안에 대한 관계인집회를 열고 4일 법원의 최종 회생계획안 인가를 앞두고 있다.

이번 회생계획안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공익채권자들의 분할 상환 동의 여부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 개시 후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물품대금이나 임금, 세금 등이다. 공익채권자는 회생계획안 의결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인가 이후에도 채권 회수를 요구할 수 있어 법원의 회생계획 수행가능성 판단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홈플러스는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공익채권자들을 대상으로 분할 상환 동의를 받고 있다. 8월 31일 기준 전체 공익채권자 동의율은 59%다. 물품(납품) 대금 관련 채권자는 64.4%, 임직원 등 채권자는 87.9%가 동의했다.

홈플러스는 공익채권 규모를 고려할 때 수행가능성 평가를 위해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명시적으로 공익채권자 동의를 요구한 바는 없다"면서도 "동의율이 높을 경우 회생계획안 승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의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약 93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미지급 납품대금 등 상거래 공익채권만 5032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수정 회생계획안에서 급여·퇴직금 약 633억원은 2027년 2월까지 69%, 2028년 2월까지 전액 변제하기로 했다. 공익채권은 아니지만 메리츠금융 관계사의 담보신탁채권 약 250억원은 별도로 상환하고,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신탁담보채권은 2028년 2월까지 폐점한 19개 자가점포를 매각해 전액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납품업체 등에 지급할 상거래 공익채권은 2028년 2월까지 0.5%(약 25억원)만 변제하고, 2029년 2월까지 20.3%, 2030년 2월까지 나머지 79.2%를 상환한다. 메리츠 신탁담보채권을 전액 상환해 자가 점포 38곳 담보권이 풀리면 이를 활용해 2030년 약 6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을 받아 남은 상거래 공익채권의 약 80%를 변제한다는 구상이다. 해당 점포들의 감정평가액은 약 2조8000억원이다.

공익채권은 3년 내 100% 변제하고, 회생절차 개시 전 발생한 일반 회생채권은 6~10년에 걸쳐 상환하는 구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한 메리츠 신탁담보채권은 신탁자산으로 분류돼 매각 시 신탁대출대금을 우선 상환하는 구조"라며 "상거래 공익채권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 시기가 당겨지면 다른 담보도 풀리기 때문에 이후 일정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마트와 같은 대형 물건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회생안에서는 납품업체들은 사실상 1년6개월 동안 미지급 대금의 0.5%만 받게 된다.

일부 납품업체는 올해 1월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데다 신규 상품 공급에 필요한 자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체 현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일수록 유동성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납품업체들은 변제 시기가 지나치게 늦고 공익채권자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자산매각을 통한 변제 재원 마련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의율이 낮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상거래 공익채권단은 법원에도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지난 7월 영업을 중단했던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8월 7일 재개했다. 사진은 경기도에 위치한 홈플러스 가오픈 매장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원할수록 쌓이는 리스크…은행권 연쇄부실 우려

금융권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납품업체의 유동성 악화가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당수 업체가 수개월째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변제까지 장기간 미뤄질 경우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미 협력업체의 연쇄부실을 막기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을 투입했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지난해 3월4일부터 올해 8월7일까지 은행권이 협력업체의 기존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지원한 규모는 총 8167건, 5조4431억원에 달한다.

앞서 7월 초 집계된 만기연장 4조8944억원과 상환유예 1223억원에서 한 달 남짓 사이 약 4264억원 늘었다. 이 기간 신규 긴급대출도 121건, 309억원 지원됐다.

문제는 5조4000억원대 지원의 상당 부분이 신규 자금 투입이 아닌 기존 대출의 상환 시점을 늦춘 것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 회생이 성공하면 금융지원은 납품업체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생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면 연장된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홈플러스 부실이 납품업체를 거쳐 은행권으로 한단계 전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이외에도 납품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추가 유동성이 필요하다"며 "수년간 변제가 미뤄질 경우 영세 납품업체의 경우 유동성 악화로 은행권 대출이 연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기연장·상환유예 기간은 6개월에서 최대 2년으로 공익채권 변제 시기보다 짧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기연장이 끝난 채권은 재연장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연체되거나 부실 전환된 규모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익채권자 간 변제 순위가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거래 채권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대출 연장과 업체당 5억원까지 신규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추가 지원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달 13일 MBK파트너스의 보증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투입해 7월 임시 휴업 후 한달 만에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