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서울 명동 하나금융지주 사옥에서 이삿짐 1500박스가 빠져나간다. 목적지는 인천 청라다. 20여년간 준비해 온 구상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며 '청라 하나금융타운' 시대가 시작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11일 지주를 시작으로 청라 이전을 시작한다. 14일부터는 지주 임직원이 청라로 출근하고, 하나은행을 포함한 나머지 관계사도 순차적으로 자리를 옮겨 11월 말까지 이전을 마무리한다.
그룹 4000명 직원 청라에 새 둥지
이전 대상은 10개 관계사다. 명동과 을지로, 마포, 서강, 충정로 등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조직이 청라 한 곳으로 모인다. 임직원 2200여명이 자리를 옮기며 기존 청라 근무 인력을 더하면 금융·정보기술(IT) 인력 4000명가량이 한곳에 모이게 된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TI, 하나에프앤아이가 이달 중 이동을 시작하고 하나캐피탈이 10월, 하나카드와 하나생명이 11월 뒤를 잇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주는 대부분, 은행은 일부가 14일부터 청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본점을 서울 밖으로 옮기는 첫 사례다. 하나금융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청라로 바꾸는 정관 개정을 마쳤다.
청라에는 이미 그룹 통합데이터센터가 있다. 2017년 문을 연 금융권 최초의 그룹 통합 데이터센터로 IT 인력 1800명가량이 근무한다. 여기에 지주와 관계사 본부가 들어오면 의사결정 조직과 전산 인프라, IT 인력이 한 부지에 모이는 구조가 된다.
은행 업무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으로 옮겨가면서 전산장애는 곧 영업 중단으로 이어진다. 점포 수보다 전산 역량이 은행 경쟁력을 가르는 상황에서 본사와 데이터센터를 붙여놓는 실험인 셈이다.
마드리드 외곽 산탄데르 시티처럼
하나금융타운 구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승유 당시 회장이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금융도시를 둘러본 뒤 그룹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구상했다.
산탄데르은행은 2004년 마드리드 외곽 보아디야 델 몬테에 '산탄데르 그룹 시티'를 조성했다. 업무시설과 교육·복지 인프라를 갖추고 흩어져 있던 주요 본부와 임직원을 한곳에 집결시킨 곳이다. 조직 간 협업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
경기 고양시가 유력 후보로 검토됐다 무산됐고,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도심을 잇는 접근성을 보고 청라가 낙점됐다. 하나금융은 2012년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무협약을 맺고 3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인재개발원 '하나글로벌캠퍼스'에 이어 지난 5월 그룹 사옥까지 준공됐다.
인천시금고 첫 시험대…지역밀착 4000억 푼다
하나금융은 청라 이전으로 향후 10년간 인천에 3조4000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생기고 세수도 4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의 청라 시대 첫 시험대는 인천시금고다. 인천시는 지난 2일 금고 지정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제1금고에 접수했다.▷관련기사: 내달 15조 인천시금고 신한 vs 하나은행…노하우냐 본점이전이냐(2026년 7월29일)
제1금고는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을 맡게 된다.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2007년부터 신한은행이 지켜온 자리에 하나은행이 도전장을 낸 모양새가 됐다.
인천시는 이달 안에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우선지정 대상을 정한다. 새 금고는 2027년부터 4년간 운영된다.
인천시는 신용도·재무 안정성(25점), 시민이용 편의성(24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4점), 대출·예금금리(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7점) 등을 평가해 은행을 선정한다.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대규모 세입·세출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해 전산 인프라와 보안체계, 축적된 운영 경험이 필수적이다. 하나은행은 금고 운영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58년간 대전광역시 금고를 맡아 운영해왔고, 현재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제2금고를 넘겨받았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역사회 밀착 행보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인천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을 60억원으로 늘려 협약보증 공급 규모를 915억원으로 확대했고, 남동국가산업단지 등 인천 소재 기업에 3000억원 규모 특화산업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별 최대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인천나눔통장' 100억원도 시행하는 등 인천에 푸는 자금만 4000억원이 넘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천에 그룹의 핵심 거점을 두고 지역의 성과와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금융그룹, 검증된 금고 운영 능력과 미래산업 금융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은행"이라며 시금고 경쟁력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