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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숫자'에 갇힌 디지털자산법…줄다리기만

  • 2026.09.08(화) 08:30

은행 컨소시엄·거래소 지분 제한 등 쟁점 난항
전문가 "대원칙 먼저 법제화…세부안 시행령에"
국회도 정부안 기다리지만…"시행령 위임, 글쎄"

미국, 일본 등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에 나서는 사이, 국내는 시장의 기본 규칙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1분기 내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반기가 돼서도 몇몇 쟁점에 묶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힙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은행(컨소시엄)이 50%+1주 이상 참여하는 구조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가상자 관련 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비즈워치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마련됐지만 시장의 사업·발행·유통 등을 포괄하는 2단계 법제화는 늦어지고 있어 투자와 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의 규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쟁점 사안 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담길 전망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사업자별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큰 축입니다. 매매·중개·보관업 등 사업자 유형을 세분화하고 진입요건을 마련하는 방안과 함께 발행·상장·유통 절차,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규제 등 시장 전반의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몇몇 쟁점 때문에 법안이 늦어지는 사이 기본법에 담아야할 더 큰 논의가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원칙을 먼저 법률로 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지분율 등 세부 기준은 시행령으로 넘기는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한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산업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이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 시기"라며 "쟁점 사안 중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는 내용은 넘겨 향후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를 통해 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교수는 "(변화가 큰 시장에서) 굳이 법에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구체적인 숫자를 넣는 것이 잘 이해 가지 않는다"면서 "향후 재산권 침해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초기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경우 하루아침에 지분 제한으로 인해 재산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지분 97% 이상을 보유한 코빗처럼 대주주 지분이 높은 거래소도 있습니다.

거래소 지분규제는 그동안 20% 안팎의 지분 제한과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예외를 두는 방안 등이 거론돼왔고, 최근에는 지분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20%를 초과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아직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지분 상한을 도입하면 신규 자본의 유입과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지분을 분산하는 것 자체보다 글로벌 규제 흐름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거래소의 지분 제한이 현재 발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면서 "서비스를 만들어 놓고도 규제가 없어 출시를 못 하는 사업자들이 많은 만큼 기본적인 규제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의 보관·매매·중개 등 어떤 업무까지 할 수 있는지와 기존 금융업 인가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향후 국내 금융사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서비스가 연결될 가능성까지 고려한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규제가) 뒤처지는 상황이어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해외시장 경유나 해외로 주요 사업 기회가 유출되는 등의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이 정부안을 토대로 당정통합법을 대표 발의하는 방향이 추진됩니다. 다만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면서 법안의 연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유동수 의원실 측은 "아직 정부안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언제 어떤 내용으로 올지 우리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정부안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이달 말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청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정치권 한 관계자는 "쟁점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 법안이어서 외려 (쟁점사안을)시행령으로 위임할 리는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가상자산시장에서 규제가 쫒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합니다. 금융위와 정치권만 바라볼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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