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되면서 KB금융이 깜짝 세대교체를 맞게 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대신 세대교체를 택한 만큼 기존 전략 승계를 넘어 변화와 혁신을 보여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글로벌·WM(자산관리)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인공지능(AI)과 자본시장 중심의 머니무브에 대응할 새 성장축과 차기 리더십 구축 등이 새 과제로 떠올랐다.
이재근 후보는 14일 첫 출근길에서 이같은 선택을 "1등으로서 안주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B금융그룹 경영의 연속성, 전략의 연속성 그리고 비즈니스의 연속성은 훼손되지 않고 잘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존 전략의 틀은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새 회장에게 주어진 첫 과제로 읽힌다. ▷관련기사:▷관련기사: 이재근 KB금융 회장 후보 "1등 안주하지 말라는 것…새 표준 만들겠다"(2026년 9월14일)
'1등 KB' 다음 성장판은…AI·자본시장
이 후보가 가장 큰 변화로 꼽은 것은 AI와 디지털 전환, 자본시장 중심의 머니무브다. KB금융이 상반기에만 3조9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내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재의 성과가 미래 성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는 "AI시대, 앞으로 3~5년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금융그룹의 명운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경영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AI를 업무 효율화나 고객 서비스 개선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수익모델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에도 대응해야 한다. 은행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증권·자산운용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빨라질수록 KB증권과 KB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그룹 차원에서 묶어내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 후보가 지주에서 글로벌·WM·SME 등을 맡아온 만큼 이들 사업을 그룹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도 시험대다.
리딩뱅크 수성, 글로벌 정상화 넘어 수익원으로
특히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성적표가 다소 아쉽다는 점은 과제다. 2024년 신한은행에 리딩뱅크를 내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년 만에 자리를 되찾았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신한은행에 뒤처지는 형국이다.
KB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2254억원, 신한은행(2조4585억원)과의 순익 격차는 2331억원 규모다. 비은행 성장과 함께 은행 본연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도 이재근 체제의 숙제다.
글로벌 사업에서는 부코핀은행에서 이름을 바꾼 KB뱅크 인도네시아의 정상화와 성과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민은행이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KB뱅크 인도네시아는 올해 6월 말 장부가액이 5428억원으로 투자자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대규모 손실을 냈던 과거에 비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적자 규모를 줄이는 것을 넘어 그룹의 새 이익원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과제다. 특히 이 후보가 국민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인도네시아 사업 부실을 직접 경험했고 글로벌 사업 총괄도 거친 만큼, 정상화를 넘어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등 금융의 사회적 역할도 이 후보가 리딩금융에서 강조한 부분이다. 이 후보는 "생산적금융 93조, 포용금융은 17조원 정도 계획하고 있다"며 "수익만 많이 내는 게 아니라 고객, 투자자와 함께 동반 성장하는 게 리딩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을 단순히 정책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기 보다 KB금융의 경쟁력과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성장기업과 첨단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는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 기반하에서 국내 금융그룹 1등이라는 게 더이상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리딩의 의미는 해당 산업의 새로운 표준과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교체' 의미, 조직 운영 시스템 마련도 과제
KB금융이 '현직 회장 프리미엄' 공식을 깨고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젊은 리더십을 선택한 만큼 이를 조직변화로 어떻게 연결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세대교체의 의미를 "나이보다는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세대교체의 의미를 조직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할지도 과제다. 연말 주요 계열사 CEO 인사가 예정된 만큼 새 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구축할지는 첫 인사에서부터 드러날 수 있다. 이 후보는 연말 인사와 관련해 "나이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량에 기반해 전문성과 내부 직원과의 호흡 등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도 이재근 체제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이 후보는 취임 후 가장 먼저 고민할 과제로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와 조직에 대한 헌신을 꼽았다. 특히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그는 "조직이 회장의 힘에 편중되고 집중되기보다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하고 싶다"며 "큰 조직인 만큼 특정인의 개인기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따라 분권화된 지속 가능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재근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양종희 체제와의 단절이 아니다. 경영·전략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AI와 머니무브 등 금융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1등'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1등 다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재근 체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