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로의 매각을 앞두고 대규모 무상감자에 나선다. 자본금을 대폭 줄여 재무구조를 정비하는 것으로, 한투지주의 인수 이후 이어질 자본확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억1661만4671주에 대해 83.33%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6주를 1주로 병합하는 방식으로 감자 후 발행주식 수는 1943만5778주로 줄어들며 자본금 역시 기존 5830억원에서 972억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회사는 감자 목적을 '주당 가치 향상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자는 한투지주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 한투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양측은 KDB생명의 재무구조 개선과 자본확충 방안 등 세부 거래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한국투자금융지주 선정(2026년 8월13일)
감자→유증 반복…자본확충 밑작업
KDB생명은 그동안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여 결손금을 메운 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주입하는 방식을 지속해왔다. 2023년 7월 4대1 무상감자로 발행주식 수를 줄인 뒤 같은 해 9월과 2024년 6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에도 6대1 무상감자를 단행해 발행주식 수를 줄였고 한 달여 만인 12월 말 산업은행으로부터 5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무상감자 자체로 회사에 새로운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본금을 줄이면 그만큼 생기는 감자차익으로 그동안 쌓인 결손금을 정리할 수 있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새 자본이 들어오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감자 역시 후속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정비 작업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KDB생명의 자본확충 시급성은 건전성 지표에서 드러난다. 올해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78.7%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130%)을 크게 밑돈다. 6월 말 요구자본(1조5529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킥스 비율을 1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약 8000억원 규모의 추가 가용자본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26.1%로 집계됐다. 이는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이 이미 모두 깎여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기본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산은 '안전판' 역할할까
관건은 감자 이후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다. 지난 8월 KDB생명 본입찰에서 인수 후보들은 인수 가격과 함께 필요한 증자 규모를 제안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사전 증자 규모를 최대 5000억원 안팎으로 검토하는 반면 원매자들은 1조원 수준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KDB생명 7수 만에 팔리나…한화·흥국·한투 3파전(2026년 8월7일)
적정 자본확충 규모를 두고 시각차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한투지주가 일부 지분만 인수하고 산은이 잔여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도 거론된다. 예를 들어 한투지주가 우선 KDB생명 지분 '50%+1주'를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 산업은행이 잔여 지분을 남겨둔 채 후속 유상증자에 동참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는 한투지주 입장에서 인수 후 홀로 짊어져야 할 자본확충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고 산업은행이 약속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재무적 안전장치가 된다. 산업은행 역시 KDB생명 정상화 과정에 참여한 후 단계적으로 잔여 지분을 정리하는 연착륙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투지주가 처음부터 KDB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기보다는 일부 지분만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산업은행의 지원을 확인하면서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 가능하다"며 "KDB생명의 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산업은행이 잔여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