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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경사로 걸으며 소통'…'청라 시대' 연 하나금융 가보니

  • 2026.09.30(수) 15:47

명동사옥 3배 전용면적…옥상정원 개방
연말까지 10개 관계사 4000명 집결
그룹 '심장' 통합데이터센터 24시간 감시

30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그룹 헤드쿼터 꼭대기 층. 건물 바깥을 감아 도는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자 옥상 정원이 나왔다. 왼쪽에는 서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금융티아이 본사, 그 앞 지상 주차장으로 쓰는 마지막 남은 상업용지도 내려다보였다. 하나금융의 청라 시대는 아직 채워지는 중이다.

하나금융 청라 헤드쿼터 내부 모습/사진=김남석 기자

청라 하나드림타운은 2012년부터 조성해 온 그룹 거점이다. 스페인 산탄데르 금융도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8년 하나글로벌캠퍼스와 연수시설에 이어 이번 헤드쿼터 완공으로 마지막 3단계가 끝났다. 서울을 떠나 본사를 옮긴 곳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헤드쿼터는 여전히 분주했다. 어떤 층은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었고, 어떤 층은 새 주인을 기다리며 단장 중이다. 다음 달 초 열릴 공식 이전식 준비도 한창이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4일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청라 헤드쿼터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하나에프앤아이가 옮겨왔고, 다음 달부터 하나은행,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이전한다.▷관련기사: 서울 떠나는 첫 금융지주…하나금융, 청라에 한국판 '산탄데르시티'(2026년 9월8일)

10개 관계사 2200여명이 청라로 오고, 기존 인력을 더해 총 4000여명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다.

3~7층은 하나은행, 10~13층은 나머지 관계사, 14층은 지주가 쓴다. 회장 집무실은 15층에 둔다. 하나은행은 디지털·IT와 글로벌 부서를 중심으로 옮기고, 외환 딜링룸은 을지로 본점에 남는다. 일반 영업점은 두지 않았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그룹 헤드쿼터/사진=김남석 기자

엘리베이터 대신 경사로…"걸어 다니며 소통"

하나금융의 새 건물은 심볼인 무한대 모양을 모티브로 했다. 1층부터 15층까지 건물 외벽을 따라 1.1㎞ 길이의 보행자 경사로가 이어지고, 3~7층과 10~14층은 내부 계단으로 뚫려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층과 층을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발로 오가게 만든 구조"라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 동료를 만나고 대화하게 하려는 설계"라고 설명했다.

층별 전용면적은 을지로 명동사옥의 3배다. 노트북만 들고 오면 어느 관계사 직원이든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 층도 만들었다. 업무층은 분위기가 달랐다. 칸막이 없는 긴 책상이 이어진 사무 공간에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나금융그룹 헤드쿼터 내부 업무공간/사진=김남석

서향 건물이라 오후 5시 넘어 해가 사무실 안쪽까지 들어온다. 이를 막으려 외벽에 붙인 금속 차양은 1년 치 햇빛 각도를 분석해 층마다 다르게 꺾어 놨다. 8~9층 직원식당은 한식·양식·중식 4개 코너, 800석 규모다.

경사로와 15층 옥상 정원은 직원만의 공간이 아니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에게 개방한다. 건물 주변에는 서울아산병원 분원과 스타필드 청라가 들어선다. 남은 숙제는 출퇴근이다. 하나금융은 수도권 전역에 셔틀버스 40여대를 돌릴 계획이다.

그룹의 '심장' 데이터센터…AI 서버동 짓는다

하나금융그룹 데이터센터/사진=김남석

헤드쿼터 옆에는 그룹 통합데이터센터가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곳을 '그룹의 심장'이라고 소개했다. 지하 1층~지상 16층 건물에서 은행과 증권, 카드 등 14개 관계사의 전산이 돌아간다. 조 단위 자금이 오가는 데이터가 멈추지 않도록 24시간 감시하는 곳이다.

전산실은 층당 1650㎡씩 4개 층이다. 2017년부터 그룹 전산을 맡아 온 통합데이터센터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구축 중이다.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7층을 AI 서버동으로 비워 두고 서버를 통째로 밀폐해 식히는 방식으로 구축 중"이라며 "앞으로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종합상황실에는 관계사별 시스템 상태를 띄운 대형 화면이 벽을 채우고 있다. 증권과 카드, 하나은행 등 관계사들의 트래픽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데이터센터 건물 안에는 통합보안관제센터도 마련돼 있다. 수집 현황, 실시간 위협 탐지, 공격 징후 등을 살핀다. 공격이 어느 나라에서 들어오는지 보여주는 지도도 있다.

통합보안관제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들어오는 보안 데이터만 10억건이 넘는다"며 "이 가운데 5000만건을 걸러내고, 사람이 정밀 분석해 실제 해킹 공격 400여건을 매일 찾아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14개 관계사 IT 인력 1800명을 하나금융티아이 한 곳에 모았다. '원 IT 구조'를 통해 증권 아이디어를 은행에, 은행 아이디어를 카드에 넘기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라 헤드쿼터는 새 건물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서로 다른 관계사와 부서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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