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자동차부품 그룹 일진글로벌의 핵심 계열사들은 일제히 창업주의 이름을 대표직에서 내렸다. 창업 50돌을 맞던 해 별세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2대 승계를 위한 주식 대물림은 미완이었다.
즉, 2대 사주(社主)가 강력한 오너십을 쥐기까지의 과정은 창업주의 생전과 작고 이후 두 단계로 나눠진다. 1단계는 후계자의 경영 승계 작업과 보조를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됐고, 과거 중추사 ㈜일진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일진 최대주주 오르며 승계 스타트
일진글로벌의 창업 1세대 지배구조는 고(故) 이상일(1938~2023) 전 회장이 당시 3개 사업 계열사의 지분을 본인이 직접 소유하는 형태다. 최대주주로서 특수관계인과 함께 ㈜일진과 ㈜일진글로벌을 100% 소유했다. 일진베어링은 이 창업주가 80%, 나머지 20%는 핵심 고객사 현대차가 보유했다.
(참고로 일진글로벌은 예나 지금이나 계열사들이 모두 비상장사여서 대주주 주식 보유 현황이 부분적으로만 공개돼 왔다. 따라서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되기 전까지, 과거 오너 일가의 지분 변동은 대강의 윤곽으로만 가늠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2세 지분 승계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시점은 2006년이다. 이 창업주가 3개사 중 ㈜일진의 1대주주 자리를 1남3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인 이동섭(55) 현 회장에게 내준 게 이 때다. 이 회장이 가업에 발을 들인 지 3년만인 35살 때다.
2003년 2월 ㈜일진글로벌을 시작으로 2005년 5월 일진베어링(감사), 10월 ㈜일진 이사회에 차례로 합류한 뒤 2006년 2월 ㈜일진 대표에 오른 무렵이다. 이 회장으로선 당시 그룹 간판 계열사 ㈜일진의 경영 최일선 등장과 함께 최대주주 지위까지 갖게 됐다는 얘기다.
㈜일진은 1986년 1월 설립된 동아산업을 전신으로 2004년 2월 동아글로벌→2004년 3월 동아오토모티브를 거쳐 2008년 8월 현 사명으로 교체한 계열사다. 경북 경주에 본사와 공장, 인도·슬로바키아·미국·중국에 5개 제조·판매법인을 두고 볼조인트, 스테빌라이저 바 링크, 도어체커 등 자동차 섀시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일진 2640억 활용 ‘글로벌’로 장악력 확장
2012년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회장이 ㈜일진에 이어 2012년 2월 ㈜일진글로벌 대표 자리를 꿰찬 시기다. 그룹 주력 제품인 3세대 휠 베어링 전문 생산업체로서 지금은 ㈜일진을 제치고 그룹의 ‘얼굴’로 부상한 ㈜일진글로벌이 2009년을 기점으로 비약적인 성장가도를 달릴 즈음이다.
㈜일진 때처럼, 이번에는 ㈜일진글로벌이 타깃이었다. 허나 방식은 달랐다. ㈜일진을 지렛대로 활용했다. 당시 ㈜일진글로벌은 창업주와 특수관계인 1명이 지분 100%를 소유했다. 이 중 30%를 2640억원(주당 294만원·액면가 1만원)을 받고 ㈜일진에 넘긴 것이다.
결국 이 회장은 ㈜일진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6년 만에 ㈜일진 자금을 이용해 이 회장→㈜일진→㈜일진글로벌로 계열 장악력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두 계열사의 벌이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일진은 ㈜일진글로벌 지분 인수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적잖이 빚을 냈다. 장단기차입금(별도)이 2011년 225억→2012년 147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재무구조에 별 부담이 안 됐다. 5년 만인 2016년에 전액 상환했을 정도다.
㈜일진글로벌(1조9100억·244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일진은 작년 매출(연결) 9740억원에 2021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영업이익이 336억원으로 예나 지금이나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다. 지분 매입 이후 2016년까지 본체(별도)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도 5년간 1160억원이나 됐다.
또한 ㈜일진글로벌 주주사가 된 뒤로는 유입되는 배당수입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09~2012년 매년 30억원을 배당해온 ㈜일진글로벌이 때맞춰 2013년 이후 60억→90억→330억→600억원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일진글로벌의 4년간 본체 영업이익이 한 해 평균 1100억원에 이르던 시기다. ㈜일진은 총 333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동섭→㈜일진→홀딩스·글로벌 뼈대 완성
2019년에 가면 이 회장이 계열 장악력을 한 단계 더 확충한 것을 볼 수 있다. 2019년 7월 ㈜일진글로벌을 투자 및 부동산 부문 현 일진글로벌홀딩스(당시 일진엔터프라이즈·존속)와 베어링 부문 ㈜일진글로벌(신설)로 인적분할(74%대 24%) 했을 때다. 이 창업주 60%, ㈜일진(30%) 외에 분할한 두 계열사 지분 10%를 갖고 있던 이가 이 회장이다.
이듬해 3월 오너 부자는 ㈜일진글로벌 지분을 유지한 채 각각 300억원, 5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기도 했다. ㈜일진글로벌이 3인 주주 지분율대로 주식 13.5%를 500억원(주당 469만원·액면가 1만원)에 매입해 소각한 데 따른 것이다.
창업주의 생전 지분 승계 과정은 여기서 멈춘다. 결론적으로 이 회장→㈜일진(30%+10%=지배지분 각 40%)→일진글로벌홀딩스·㈜일진글로벌 출자구조를 통해 현 지배체제의 뼈대를 갖추기 까지는 ㈜일진 자금 2640억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거버넌스워치] 일진글로벌 ③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