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을 물려받는 데 적잖은 상속세가 뒤따랐을 테지만 돈 걱정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 주력의 일진글로벌그룹을 준대기업 반열에 올린 신흥 대장사(大將社) ㈜일진글로벌은 오너 2세 지분 승계에 마침표를 찍는 데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1조원어치 주식 소각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2023년 창업주 작고 때 주식 적잖아
일진글로벌 창업주 고(故) 이상일(1938~2023) 전 회장이 2023년 6월 별세 당시 소유했던 계열사 주식은 확인되는 것만 ㈜일진글로벌 20%, 일진글로벌홀딩스 60%, 일진베어링 80%다.
2019년 7월 옛 ㈜일진글로벌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된 ㈜일진글로벌의 경우 당초 최대주주로서 60%를 보유하다 2020년 3월 ㈜일진글로벌의 500억원 자사주 균등 소각 직후 이 중 40%를 ‘2세 지분 승계와는 무관하게’ 계열사 베어링아트에 2130억원(주당 780만원·액면가 1만원)에 매각해 남아있던 주식이다.
당시 1남3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인 이동섭(55) 현 회장은 본인을 정점으로 ㈜일진(각 30%)→일진글로벌홀딩스·㈜일진글로벌 출자구조와 홀딩스와 글로벌 개인지분 각각 10%를 통해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있었다.
이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일진글로벌홀딩스 주식은 이 회장에게 42%, 나머지 16%는 친족들에게 상속됐다. ㈜일진글로벌과 일진베어링 지분은 전부 이 회장이 물려받았다.
㈜일진글로벌이 이 회장 30%, ㈜일진 30%, 베어링아트 40% 등 지금의 3인 주주 체제가 된 게 이 때다. 일진베어링은 선대처럼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와 80%, 20%씩 나눠 보유하게 됐다.
‘글로벌’ 주식소각 통해 5800억 현금화
창업주 작고 무렵 도드라진 움직임은 그룹 효자 제품인 3세대 휠 베어링 전문 업체이자 그룹의 간판으로 부상한 옛 ㈜일진글로벌에서 나눠진 두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거액의 주식 소각에 나섰다는 점이다.
베어링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와 신설된 ㈜일진글로벌은 창업주 별세 직전인 2023년 3월 당시 4인 주주의 지분율대로 도합 62.4%의 지분을 균등 소각했다. 이를 위해 2000억원(주당 469만원)에 사들였다. 이 회장은 2020년 3월 50억원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200억원(당시 지분 10%)을 손에 쥐었다.
㈜일진글로벌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재원은 별 문제가 안됐다. 인적분할 당시 보유한 현금성자산(2019년 말 별도)이 1430억원이다. 여기에 2020~2022년 본체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도 4590억원이나 됐다.
특히 2023년(1330억원)과 2024년(1290억원) 중국 생산법인(천진일진기차계통유한공사)으로부터 2620억원의 배당금을 당겼다. 이에 따라 시설투자와 주식소각을 위해 조달했던 2023년 말 단기차입금 1500억원까지 이듬해에 전액 상환했다.
㈜일진글로벌에 이어 2024년 11월에는 일진글로벌홀딩스가 주식 소각에 나섰다. 이 회장 42%를 비롯해 오너 일가에게 상속됐던 이 창업주 지분 60% 전량이 대상이었다. 매입금액이 7930억원(주당 598만원)이나 됐다.
이 회장은 이 중 5550억원을 가져갔다. 아울러 친족들은 주식을 내놓은 대가로 2380억원을 챙겼다. 이로 인해 일진글로벌홀딩스는 이 회장 25%, ㈜일진 75% 양대 주주 체제가 됨으로써 사실상 이 회장 개인 소유가 됐다.
홀딩스, ‘일진빌딩’ 주인이자 ‘캐시 카우’
일진글로벌홀딩스는 서울 그룹 사옥 ‘일진빌딩’ 소유주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건물로,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선릉역과 9호선 삼성중앙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토지면적 2539m²(768.0평)에 지하 1층~지상 5층짜리다. 시세는 대략 2600~2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진빌딩에는 일진글로벌홀딩스 외에 ㈜일진글로벌 본사가 위치한다. 경북 경주·영주 생산공장에 본사를 둔 ㈜일진, 베어링아트, 일진베어링 3개사도 입주해 있다. 홀딩스는 그룹사들의 임대료를 주수입원으로 한다. 작년에는 ㈜일진글로벌 69억원 등 9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를 합해 1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허나 일진글로벌홀딩스의 존재는 서울 사옥 건물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현금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그룹의 돈줄이다. 인적분할 당시 현금성자산(단기투자자산 포함·2019년 말 별도)은 4850억원이다. 2023년 말에 가서는 1조790억원으로 불렸다. 무엇보다 국내외 상장주식 등 단기매매증권(8510억원)에 투자해 수익을 낸 데서 비롯됐다.
다시 말해 일진글로벌홀딩스는 자체 자금만으로도 오너 일가의 상속 주식을 매입하는 게 거뜬했다. 주식 소각 후 2024년 말 현금성자산이 4700억원으로 줄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정리하면 과거 충추사인 자동차 섀시 부품업체 ㈜일진을 2012년 2640억원어치 ㈜일진글로벌 지분(30%) 인수를 통해 이 회장 체제의 기초를 세우는 지렛대로 썼다면, 상속세 해결과 이 회장의 ‘넘사벽’ 오너십을 완성하는 데는 훨씬 ‘돈 잘 버는’ ㈜일진글로벌을 적극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회장의 ㈜일진 지분은 70%다. 나머지는 모친과 과 세 누이 소유다. 박덕순(85)씨 5%, 이윤정(58)·이윤선(56)씨 각 10%, 이윤주(54)씨 5%다. 올해 5월 일진글로벌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회장(70%)→㈜일진(100%․60%)→일진글로벌홀딩스·㈜일진글로벌로 이어지는 지배체제다. 일진베어링은 80%를 직접 보유 중이다. 베어링아트만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3대 승계용 계열사다. (▶ [거버넌스워치] 일진글로벌 ④편으로 계속)



















